산문(山問)에 기대어
오세영
산이 온종일
흰 구름 우러러 사는 것처럼
그렇게 소리 없이 살 일이다
여울이 온종일
산 그늘 드리워 사는 것처럼
그렇게 무심히 살 일이다
꽃이 피면 무엇하리요
꽃이 지면 또 무엇하리요
오늘도 산문山門에 기대어
하염없이
먼 길 바래는 사람아,
산이 온종일
흰 구름 우러르듯이
그렇게 부질없이 살 일이다
물이 온종일
산 그늘 드리우듯이
그렇게 속절없이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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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와 여행 산문집"시가 있는 풍경"[가교출판]에서
마음이 하늘과 통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산은 그 희망 하나로 가슴을 비워내며 하늘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꽃피고 꽃을 지우는 것 많이 살아 있는 것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무생물도 그 무생물 나름으로 생명을 이어간다 돌은 돌대로 구르고 깨져 모래와 흙이 되고 산은 산대로 깎겨 절벽을 이루어 봉우리를 이룬다 무생물들의 소리없는 자연과의 싸움이 사람 삶에서 치닫고 부딪치는 온갖 번뇌와 무엇이 다르랴 오세영 시인이 구룡사 산방에서 읊었다는 이 "산문에 기대어"도 결국 사람의 마음 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방황의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해 산과 하늘을 우러러 보며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음 길 처럼 그 길이 복잡한 길도 없다 살아가는 그 과정의 흐름이 수 천만 갈래의 길을 되묻고 되찾아 가도 마음 길은 내안에 수 없이 오고 가는 무형(無型)의 길로 있다는 것이다 사람 삶의 길이 그 무형(無型)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산문에 기대어 오세영 시인도 마음을 속절없이 내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