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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選 詩모음

포옹 -정호승

작성자瑞村|작성시간10.06.26|조회수49 목록 댓글 0

 

 

 

포옹

                            정호승

 

뼈로 만든 낚싯바늘로

고기잡이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신석기 시대의 한 부부가

여수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한 섬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뼈만 남은 몸으로 발굴되었다

그들 부부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사진을 찍자

푸른 하늘 아래

뼈만 남은 알몸을 드러내는 일이 너무 부끄러워

수평선 쪽으로 슬며시 모로 돌아눕기도 하고

서로 꼭 껴안은 팔에 더욱더 힘을 주곤 하였으나

사람들은 아무도 그들이 부끄러워하는 줄 알지 못하고

자꾸 사진만 찍고 돌아가고

부부가 손목에 차고 있던 조가비 장식구만 안타까워

바닷가로 달려가

파도에 몸을 적시고 돌아오곤 하였다

 

 

                                            *****

 

정호승 시집"포옹"[창비]에서

 

사람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포옹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그들 삶의 튼튼한 믿음이 끝까지 함께 하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한 사람이라 해도 함께 죽어 가는 일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더욱 더 함께 포옹을 하고 죽어서까지 그 뼈가 발견되였다는 신석기 시대의 삶의 모습에 얼마나 큰 믿음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는가를 생각하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호승 시인은 그러한 큰 감동같은 것은 사람들이 확인하고 바라보지도 않으면서 단순히 서로 껴앉고 죽은 신석기 시대라는 것에만 촛점을 마추어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의 관심사의 전부라는 것을 예시해 주고 있다 서로 꼭 껴앉고 죽어가야만 했을 깊은 애정과 믿음 , 또는 그렇게 끝까지 한 생을 마칠 수 있는 정신적 끈은 무엇이였을까를 생각하면 그 포옹의 가치는 정말로 위대하다. 그 위대한 정신이 오늘날까지 깊은 믿음을 갖도록 사라지지 않고 뼈로서 나마 서로 함께 깊은 믿음의 힘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왜 감동할 수 없고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것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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