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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選 詩모음

노부부 -정호승

작성자瑞村|작성시간10.06.30|조회수85 목록 댓글 1

 

 

 

 

 

노부부

                                 정호승

 

너거 아버지는 요새 똥 못 눠서 고민이다

어머니는 관장약을 사러 또 약국에 다녀오신다

내가 저녁을 먹다 말고

두루마리 휴지처럼 가벼운 아버지를 안방으로 모시고 가자

어머니는 아버지의 늙은 팬티를 벗기신다

옆으로 누워야지 바로 누으면 되능교

잔소리를 몇번 늘어놓으시다가

아버지 항문 깊숙이 관장약을 밀어넣으신다

너거 아버지는 요새 똥 안 나온다고 밥도 안 먹는다

늙으면 밥이 똥이 되지 않고 돌이 될 때가 있다

노인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사촌여동생은

돌이 된 노인들의 똥을 후벼파낼 때가 있다고 한다

사람이 늙은 뒤에 또다시 늙는다는 것은

밥을 못 먹는 일이 아니라 똥을 못 누는 일이다

아버지는 기어이 혼자 힘으로 화장실을 다녀오신다

이제 똥 나왔능교 시원한교

아버지는 못내 말이 없으시다

어머니는 굽은 등을 더 굽혀 설거지를 하시다가

너거 아버지 지금 똥 눴단다

못내 기쁘신 표정이다

 

 

                                           *****

 

정호승 시집"포응"[창비]에서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을 하게 한다 먹고 배설을 한다는 것은 아무 탈이 없는 아주 정상정인 삶을 살아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이 드시여 찾아오는 쇄약한 몸의 부작용은 한 두 곳을 푹푹 찌르는 것이 아닌가 보다 비단 변비 때문에 먹지 않는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장실을 갈 수 없어 최소한의 물과 음식을 먹고 화장실 가는 불편함을 견디어 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정호승 시인은 노부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시원하게 하시는 하나의 공통된 마음을 읽어 내셨다 자식으로써 어떻게 해 드릴 수 없는 노부부 많이 해결하시는 삶 속에 뒤탈이 없이 사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속을 시원하게 비워내시는 마음을 품고 사시고 그 아버지의 품속 같은 자식에게 시원하게 던지시는 말 한마디 "너거 아버지 지금 똥 눴단다"라는 말 속에 넘치는 기쁨을 기쁨이라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 때의 기쁨보다 내일이 더 걱정이 드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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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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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洛旅 | 작성시간 10.07.08 늙으막에 모든게 은근히 걱정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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