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안경
정다혜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아내의 안경을 닦는 남자
오늘도 안경을 닦아
잠든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
그가 안경을 닦는 일은
잃어버린 내 눈을 닦는 일
그리하여 나는 세상에서 가장 푸른
새벽과 아침을 맞이하지만
그때마다 아픔의 무늬 닦아내려고
그는 얼마나 많은 눈물 삼켰을까
생계를 꾸려가지 위해
안경의 렌즈를 갈고 닦았다는
철학자 스피노자
잃어버린 내 한쪽 눈이 되기 위해
스피노자가 된 저 남자
안경을 닦고 하늘을 닦아
내 하루 동안 쓴 안경의
슬픔을 지워, 빛을 만드는
저 스피노자의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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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혜 시집"스피노자의 안경"[고요아침]에서
아무리 크고 깊은 강물이라 하여도 작은 빗방울들이 이루어져 흐르는 것이다 일상의 우리 삶은 작은 삶의 행동들을 실천하면서 만들어지는 길이다 정다혜 시인의 '스피노자의 안경"에서는 하루의 삶에 찌든 안경을 닦아주는 남자의 허드레한 일상이라 생각하지 않고 깊은 사랑이 베어 있는 삶의 철학으로 받아 내고 있다 매일 매일 그 누군가를 위해 작은 일을 실천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다짐이 이미 성인(聖人)이 아니고는 행할 수 없는 일이다 먹고 살기 위해 안경을 닦는 일은 사람 삶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다 철학이든 학문이던 사람이 살아가고자 하는 공부 속에는 자기 자신의 성찰의 힘이 담기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정다혜 시인은 그러한 자기 성찰을 끊임없이 닦아내는 마음이 이 詩 스피노자의 안경에서 나는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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