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는 이를 위하여
-오인태
뒤돌아보지 마시게.
선 길로 쭉 걸어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언덕길에서 미끄러지더라도
앞으로, 곧장 앞만 보고 가다가
누군가 뒤에서 나를 보고있을 것이라는
연민도 집착도 싹둑싹둑 잘라버리고
앞만 보고 가다가,
어떻게 걸어왔는가조차도
되돌아 볼 것 없이
앞만 보고 가다가 행여
외로움이든지 그리움이든지
사무쳐 환장이라도 들거든
그냥 아주 잠시 무릎세워 엎드렸다가
그래도 곧장 일어서 앞만 보고 가다가
때로 너무 멀리 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도 머뭇거릴 것 없이
앞만 보고 가다가, 마침내
되돌아 볼 미련이나
나아갈 오기마저 스러져
모든 길들이 환하게 사라졌을 때
거기 먼저 온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혹은, 먼저 피어있는 꽃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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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뒤의 사랑>책 소개의 한 부분
사랑하는 일도, 사는 일도 도무지 쓸쓸하다 여겨져서
마음이 마치 적막강산에 홀로 선 나무 같아질 때, 혹은
모두가 잠든 새벽녘을 교교히 흐르는 달빛 같아질 때
시는 내게 찾아오곤 했다.
사십대가 되고 그런 날이 많아졌다.
이 시는 내 쓸쓸한 사십대의 그림자에 다름 아니다.
그런 그림자를 내게서 떼어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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