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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選 詩모음

초토(焦土)의 시 8 -구상

작성자瑞村|작성시간10.10.27|조회수66 목록 댓글 1

 

 

 

 

 

초토(焦土)의 시 8
            -- 적군 묘지 앞에서 --

                                                - 구  상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고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드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다.

이 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삼십 리면
가루 막히고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지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여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北) 흘러 가고

어디서 울려 오는 포성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 놓아 버린다

 

 

                                                     *****.
(시집 {초토의 시}, 1956)


이 시는 시인이 6.25 때의 종군(從軍)을 체험으로하여 쓴 연작시 [초토의 시] 15편 중 8번째의 시로서, 6.25라는 동족 상잔의 비극적 전쟁으로 생긴 '적군 묘지' 앞에서 그들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통일에의 염원을 노래한 작품이다.
적에 대한 적대 의식이나 증오보다는 동포애와 인간애로부터 우러나오는 관용과 연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사를 가름하는 극한 상황 속에서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사이였지만, 이제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원한과 저주가 아니라, 분단의 갈등 속에 찢겨진 동족으로서 연민의 정이 느껴질 뿐이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존엄한 것이기에 적군의 시체를 양지 바른 곳에 묻는, 인도주의에 바탕을 둔 인간애가 이 작품의 골격을 이룬다. 특히, 적군 묘지에 묻힌 그들과 마찬가지로 북쪽 땅이 고향인 시인은 삼십 리 저편에 가로막혀 있는 휴전선을 바라보면서 민족 분단의 고통을 누구보다 절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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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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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야초 | 작성시간 10.10.28 늘 좋은詩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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