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께서 부르시면
-신 석 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白鷺)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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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은 비교적 안정된 가정 환경에서 출생을 하여, 할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우며 노장철학, 도연명의 시 사상, 타고르의 시 세계에 관심을 갖고 문학의 꿈을 키웠다. 잠시 서울에 올라가 佛典 공부를 하면서 박용철, 정지용, 이광수, 한용운, 주요한, 김기림 등 문인들과 만남으로 문학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했으리라.
어머니의 상을 당한 후, 낙향하여 물려받은 가난과 싸우며 힘든 문학의 길을 걷는다. 신석정은 그가 태어난 부안의 아름다운 자연을 시어로 그려 넣으며, 일생을 그곳과 전주에서 보냈다. 시를 쓰며 때론 교단에서 시심을 키워주는 데 혼신을 다하다 세상을 떠났다.
전원시인, 목가시인으로 평가받은 신석정이 참여시인이라는 새로운 견해가 대두되면서, 우리는 다른 관점에서 그의 작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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