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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選 詩모음

망향 -노천명

작성자瑞村|작성시간10.12.03|조회수129 목록 댓글 0

 

 

 망향

 

                                           -노천명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

아이들이 한울타리 따는 길머리론
鶴林寺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글레山에 올라 무릇을 캐고
접중화 싱아 뻑꾹새 장구채 범부채 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곰방대 곰취 참두릅 개두릅을 뜯던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개암쌀을 까며 소녀들은
금방맹이 놓고 간 도깨비 얘길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지기 전도사가 講道상을 치며 설교하던 村
그 마을이 문득 그리워
아프리카서 온 班馬처럼 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모밀꽃이 하아얗게 피는 곳
조밥과 수수엿이 맛있는 마을
나뭇짐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
서울 구경이 소원이더니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우거진 덤불(叢)에서
찔레순을 꺾다 나면 꿈이었다

 

 

                                 *****

 

 

황해도 장연 출생. 노천명은 향수에 대한 집념이 남달리 강했다. 그의 의식 속에는 어머니, 고향, 눈, 바다는 동의어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 단어들의 상관관계에서 그의 시와 수필작품의 소재는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글감이던 간에 찾아서 펜을 들면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강력한 힘이 노천명의 작품을 밀고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작가의 내면 깊숙히 뿌리박혀 있는 모성으로의 회귀인 고향의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뒤는 산이 둘려 있고 앞엔 바다가 시원하게 내다 보였다… 해변에는 갈밭이 있어 사람의 키보다 큰 갈대들이 우거지고… 산개나리를 한아름 꺾어 안고는 산마루에 올라 서서 수평선에서 아물거리는 감빛 돛폭을 보며 훗날 크면 저 배를 타고 대처(大處)로 공부를 간다고 작은 소녀는 꿈이 많았다

 

황해도 장연 출생. 초명은 기선이었으나 6세 때 홍역으로 사경을 넘겼다 하여 천명으로 개명했음. 1919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1930년 진명여고보를 나와 1934년 이화여전 영문과를 졸업했다. 극예술연구회에 참여하여 연극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화여전 졸업 후 <조선중앙일보> 학예부 기자, <여성>, <매일신보> 기자로 근무했다. 해방 후에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를 역임했다. 6.25 사변 당시 문학가 동맹에 참여하여 수복 후 옥고를 치뤘다. 이어 이화여대 출판부에 근무하다 뇌빈혈로 쓰러져 1957년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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