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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選 詩모음

파장(罷場) -신경림

작성자瑞村|작성시간10.12.06|조회수94 목록 댓글 0

 

 

 

 

 

-파장(罷場)-

                              -신 경 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먹걸리들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

 

신경림은 193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낮달>(1956), <갈대>(1956)를 발표하여 시인으로 출발한 초기에는 자연을 소재로 하여 삶의 슬픔을 노래한 서정시를 썼다. 시골 농촌에 내려가 10여 년쯤 작품활동을 하지 않다가 1960년대 말에 다시 쓰기 시작하여, 그의 첫 시집은 1971년에야 나오게 되었다.
신경림은 농촌의 현실을 소재로 농민의 소외된 삶을 그린 <농무>(1971)을 발표하면서 우리 문학사에 민중시의 깃발을 올리게 되었다.
<농무>로 만해문학상을 받았는데 심사위원이었던 김광섭은 농무에 실린 40여 편의 시는 모두 농촌의 상황시라는 평을 하였다. 신경림은 수상소감에서 “내가 자란 고장은 읍내에서 60리나 떨어져 있는 산골인데, 아버지의 제삿날이 같은 아이들이 10여명이나 있었다. 이런 농촌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겠다고 주먹을 쥐어보는 것이지만, 내 손은 너무 희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6.25전쟁으로 인하여 아버지를 잃은 가난한 농촌의 생활을 직접 목격한 신경림은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우러나온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신경림은 농민들의 생활 감정을 노래하여 민중에 가까이 다가갔다.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궁핍한 삶, 황폐해진 광산, 떠돌이 노동자들, 도시 변두리의 뿌리 없는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렇게 민중의 삶을 소재로 역사의식과 민중의식을 시로 형상화한 신경림은 1960년대의 김수영, 신동엽의 뒤를 이은, 1970년대의 대표적 참여시인, 민중시인으로 꼽힌다. 참여시인들은 난해하고 관념적이고 탐미적인 세계를 형상화하는 시인들과는 달리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현실의 모순과 억압받는 민중들의 삶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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