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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選 詩모음

고사(古寺) -조지훈

작성자瑞村|작성시간10.12.10|조회수93 목록 댓글 0

 

 

 

고사(古寺)  

                                      -조 지 훈

 

 

목어(木魚)*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 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리(西域萬里) 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3인 공동 시집 {청록집}, 1946)


* 목어(木魚) : 나무로 잉어 모양처럼 만든 기구로서 매달아 놓고 두드림. 

                                                                             

                                                                   *****

시에 대한 이해는 때로 시어나 시구의 의미보다 전체적인 분위기, 인상, 느낌으로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절의 해질 무렵 풍경을 절제된 언어, 민요적 리듬으로 여백이 많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듯이 그려져 있다. 시인은 '고사(古寺)'의 은은한 정경을 관조하면서, '상좌 아이', '부처님', '눈부신 노을', '지는 모란' 등의 대상을 아무런 주관적 정서의 개입 없이 그저 그림 그리듯 묘사하고 있다.

 

시의 소재들을 바탕으로 시를 이해한다면, 그 대상들이 심오한 선(禪)의 세계에 젖어 드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고운 상좌 아이'도 '부처님'도, 일체 중생의 상징일 수 있는 '모란'도 모두 '눈부신 노을'과 같은 환희, 희열감에 젖어 정토의 세계인 '서역 만리 길'로 귀의하고 있다.

고색 창연(古色蒼然)한 절의 은은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고민과 갈등에 싸인 현실로부터 벗어나 아늑하고 평안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시에 대한 감상은 충분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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