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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글 게시판

글과 글씨.

작성자말소리|작성시간24.05.10|조회수14 목록 댓글 0

글과 글씨.


글이란 이론적으로 문맥을
서론 본론 결론을 잘 이어지고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읽는 분들로
하여금 공감을 얻게 써야 하지만.

글씨는 손재주와 쓰는 사람의
성격까지 나타내는 행위예술이므로
타고난 재주가 아니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날 군시절이나 회사 근무시절
수작업으로 쓴 글씨의 매력은 자신의 예술적 능력을 테스트하느라 연습한 기억이 있습니다.

유년시절 감성에 젖어 철필에 잉크 쿡 찍어 초롱불 밑에서 이웃집 순이에게 순박한 마음 전할 때
가슴 뛰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게 사랑이었나 봅니다.

선배님들의 글씨를 보면서 따라서
썼던 기억이 달려옵니다.

그 따라한 손기술이 자랑하고 싶을 때 연습 삼아 쓴 연애편지.

그때 연애편지를 우리 할멈의
꼭꼭 숨겨둔 앨범 속에서 꺼내어
읽어 봅니다.

글씨 모양을 정자로 비스듬체로
꺾어 내린 모양으로 때론 휘어잡은
형태로 원을 그리다 삐쳐 내렸다
이 글씨체에 반하길 기대하며 정성
다해 보냈던 기억이 떠 올라 혼자 웃곤 합니다.

그 연애편지를 강산이 몇 번 지난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한 우리 할멈.

할멈이 되어버린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럽고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세월 흘러 영감이 된 요즘 젊은 날
추억을 모두 꺼내어 다시 더듬어보니 아버지께서 보내주셨던 편지 글이 제일 눈물이 납니다.

늘 똑같은 편지의 제목은

내 아들 보아라.

내용은 늘 몸 건강하라는 내용이지만 아버지의 간절히
바라는 사랑의 냄새가 배어있어
뜨거운 정을 눈물 나게 느낍니다.

그다음 편지 글은 아들 군대 보내고 직접 쓴 아들 사랑에
몸과 혼을 쏟아 부운 내용을 보면서
애틋했던 그때의 아버지의 정을
아들로 하여금 느낍니다.

추억의 편지 글로 인한 아버지 나 아들 삼대의 흐름을 읽으면서 핏줄의 오묘함에 감동합니다.

아버지를 닮아 감성의 폭이 생겼고
붓대 들고 세상 그리는 것도 한학을 하신 선비 모습의 아버지를 찾아가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요즘 글을 쓰거나 글씨체를 쓸 때면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손재주에 취해 비릿한 묵향을 느낄 때면 그리운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듯이
거울 앞에 서보면 늙어갈수록
아버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며칠 전 동창회를 다녀온 할멈이
저를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영감! 내 영감 자랑 좀 했지요.

무슨 자랑?

맨날천날 시집 잘 못 와서
이 고생 보따리 안겼다고
야단법석일 때는 언제고?

경상도 사투리로 이건이거고
거건 거긴기라.

뭐시기 그 지저바 머스마들
그 문디들한테 우리 영감 궁금하면
어디 보라며 내 카톡을 까뒤집은기라.

그랬더니 그 지저바 머스마들이
뭐라 캤는지 아라이여?

니 순진해서 시집가서 아도 못 나을 줄 알았는데 영감이 똥 또 고리 하게 생기고 붓으로 세상그린걸 본께 니 출세했데이.

어이고 문디 가시나 니는 좋겠데이.

영감 내 동창회 갔디만 문디 가시나들이 서울오만 찾아온다고 해서 지랄들 하지 말고
니 영감이나 잘 챙기라고 하고 왔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 까뒤집은 카톡 속엔 영감의 흔적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글과 글씨가 들어있어
자랑할 때도 잘났어 정말.
밉깔스러울 때도 잘났어 정말.
이렇게 험담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글과 글씨는 세상을 그리고
대변하며 삶의 맛을 내는 영양제가
되었다 조미료가 되었다 그것으로
모자라면 애정을 갈구하는 사랑의
결정체가 되기도 합니다.

개인의 생각이 토닥토닥 글로이어져 카페창에 내걸어 두면
글객의 발길 내 글 앞에서 서성거릴 때 그때가 제일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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