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 마늘 못 먹고 죽은 귀신이 있나 벼
참말로 이게 뭣 이단가이.
어메! 마늘 못 먹고 죽은 귀신이 있나 벼.
때는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고
우거진 녹음 바라보며 피곤했던
눈 달래고 시력 회복되는 오월이니
어찌 마늘이 그립지 않겠는지요?
마늘향이 살림하는 내 집 이웃집
건너 할매 집까지 날아갔으니 동네방네가 난리들입니다.
한 톨이라도 더 야물게 생긴 것 찾으러 희미해진 눈 부럽 뜨고
옆 할머니가 야단 났습니다.
할매 따라온 할배 엉거주춤한 자세로 할매만 졸졸 따라다닙니다.
이럴 땐 보면 비록 할매가 되었어도
할배보다 다부진 데가 있습니다.
끄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마지못해
할매하란대로 할배는 가위로 마늘을 자릅니다.
옆에서 마늘 자르는 나를 보며 할배는 싱긋 웃으며 그냥 대충 살면
될 것을 우리 할마이 유별나다고
속내를 털어냅니다.
마늘 자르는데 정신없던 할매는
귀도 밝은지 할배가 한 말을 들었나
봅니다.
어이고 문디것은 할배 마늘장아찌
담아 놓으면 혼자 다 퍼다 자시면서
왜 저런대.
있으면 뭘 해 밥만 축내고 힘도 못 써는데.
말이나 잘 들으면 이쁘기나 하지원.
묻지도 않았는데 할매는 푸념하듯
속사포처럼 말합니다.
아마도 날 보며 들어보라고 은근히
할배 흉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할배는 속이 좋은지 이 말을 듣고도
못 들은 척 비시시 웃으며 날 보며
눈을 찡긋찡긋 합니다.
아마도 실실 웃는 내 마음을 알고
할배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생길 가장 값지다는 칠십 줄을
살아내면서 느끼는 남자로서의
자존심 무너지는 그 말 한마디.
그것은 다름 아닌 힘도 못 써면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상처입니다.
늙어보니 번쩍번쩍 들던 무거운 짐을 보면 비켜서고 싶으니
이게 늙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나도 머지않아 팔십 리 길을 살면
흡사 저 할매 할배의 모습이 될 것인데, 저렇게 되기 전에 보약이란 보약은 다 먹고 준비를
해야겠다며 실실 웃었습니다.
옆에서 마늘 자르던 조금 젊은
우리 할매는 마늘 자르다 말곤
내 옆구릴 쿡쿡 쑤십니다.
아마 영감도 머지않아 저지경이
될 수도 있다는 신호 같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어림도 없다마.
내는 아직 청춘인기라.
저 할매 안 카더나.
머리를 반짝반짝 빛나게 빗어 넘긴 걸 보니 아직 장가가도 되겠다고.
이 말 들었을 땐 슬며시 기분 좋았지만, 내 속내를 아는 우리 할매는 옆의 오래된 할매는 남의 속도 모른다면서 빈정대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은 며칠 전 멋진 봄 점프에
호화찬란한 티 셔츠를 두 장 샀다가
혼따바리를 났었거든요.
옷을 사다가 입고 우리 할매 앞에서
폼을 잡았는데, 당장 바꿔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옷 입고 어디 가려고 무대복 같은 걸 샀느냐며 호랑이가 토끼
몰이하는 것 같았습니다.
속으로 저 넘의 여편네가 왜 저래?
멀쩡한 사람 난봉꾼 만드네.
이렇게 표현했다간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 참아내느라 혼이 났습니다.
그렇지만 이 옷을 입고 활보할 생각을 하면 보약이 필요 없습니다.
청춘이 동무하자며 오월 계절의 여왕처럼 달려오는데, 마늘장아찌가 대수겠는지요.
사실 마늘이야 우리의 삶에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양념이며 원기회복의
활력소지요.
이렇듯 마늘처럼 우리 가정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며 조미료처럼
우리네 삶도 호호백발이 될 때까지
서로 아웅다웅 살아내야 할 것입니다.
할배 할매요!
마늘 많이 자시고 힘내이소.
그래야 밥만 축내지 힘도 못 쓰면서 이 소리 안 듣는 기라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