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자료★]연인들을 위한 데이트 무비 <연애술사>

작성자★율리우스 카이사르★|작성시간05.05.26|조회수86 목록 댓글 0
<연애술사>는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은 연인들이 가볍게 보고 즐길 만한 데이트 무비다.

잘나가는 마술사 우지훈(연정훈)의 폼 나는 인생에 예상치 못한 태클이 들어온다. 소싯적 눈이 맞아 러브 호텔을 열일곱 번 드나들며 사랑을 속삭인 옛 연인 구희원(박진희)과 벌인 상열지사가 그만 몰래 카메라에 딱 찍혀 인터넷을 떠돌게 된 것이다. 한창 성공 가도를 달리는 지훈에겐 이런 악재가 없고 결혼을 앞둔 희원에겐 이런 날벼락이 없다. 급기야 일생일대 개망신을 면하기 위해 다시 만나 상부상조 공조 수사에 돌입하는 두 사람. 기억을 더듬어 함께 ‘쉬었다 간’ 러브 호텔을 차례로 돌며 범인을 찾아나서는 와중에 서로의 몸을 더듬어 사랑을 확인하던 옛 추억도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그러나 초고속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둘의 비밀이 오래 갈 리 없다. 이제 둘은 정말 큰일났다.

정말 큰일 난 건 제작진이었다. 영화의 3분의 1이 넘는 러브 호텔 장면을 로케이션으로 찍겠다고 결심한 이상 해당 업소를 섭외하는 게 정말 큰일이었다. 쉬었다 가신다면서 실은 쉼 없이 애정 행각에 몰두하시는 고객들을 ‘몰카’로 찍는 설정이라는 데야 선뜻 업소를 내줄 주인은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저 멀리 대구에서 저마다 다른 컨셉으로 꾸민 30개 객실을 갖춘 현대식 업소를 찾아 겨우 촬영 허락을 받았다. 덕분에 관객들은 소싯적 드나들던 러브 호텔과는 사뭇 다르게 빛깔 좋고 분위기 밝은 객실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마술사 역을 맡은 연정훈도 큰일이었다. <댄서의 순정>에 출연한 배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몇 년에 걸쳐 습득해야 할 프로의 기술을 불과 몇 달 만에 익혀야 했기 때문이다. 모자에서 비둘기를 꺼내고 끊어진 실을 이어 붙이는 정도의 마술이면 모르겠으나 이건 데이빗 커퍼필드의 버라이어티 마술 쇼를 지향하는 대규모 공연 마술이다. 마술 전문 케이블TV에서 공연 팀을 이끄는 프로 마술사의 지도 아래 폼을 익혔고 2천6백 석 규모의 극장을 빌려 실제 마술 공연을 재현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소싯적 구경하던 영화 속 마술과는 사뭇 다르게 단지 눈요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시퀀스를 통째로 차지한 그럴듯한 마술 공연을 덤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영화일수록 조금만 오버해도 큰일 나게 마련이다. 초반에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실소를 자아내고 막판에 울려야 한다는 강박이 읍소를 구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은 뻔한 얘기다. 뻔한 줄거리에 뻔한 캐릭터를 데리고 뻔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거짓말인 줄 알면서 빠져드는 마술처럼 뻔한 줄 알면서 흥미롭게 지켜보는 게 또 영화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를 거치며 강제규 감독 연출부로 경험을 쌓은 천세환 감독은 그 마술 같은 장르 영화의 힘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뻔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밉지 않은 해프닝과 싫지 않은 우여곡절을 이야기에 녹여내는 솜씨를 발휘했다. 배우들도 간혹 과장은 할지언정 좀처럼 오버는 하지 않는다. 요즘 세상에 그게 어딘가.

<별> 이후 1년 반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박진희가 “전작들한테 미안해질 만큼 에너지를 쏟아부었다”는 <연애술사>는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은 연인들이 가볍게 보고 즐길 만한 데이트 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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