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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자 발표시

2026 시와사람 여름호(120)휘파람소리외1편

작성자윤인자(과수원지기)|작성시간26.06.09|조회수6 목록 댓글 0

휘파람 소리

 

  윤인자

 

 

바람이 부는 휘파람소리

가을을 닮은 소녀는 휘파람을 잘 불렀다

아버지는 계집애가 무슨 휘파람이냐고 나무라셨지만

계절이 깊어갈수록 휘파람 소리는 처연해졌다

감기가 심해 목소리가 안 나와도

소녀의 휘파람 소리는

문풍지가 심하게 우는 날, 파리한 음색으로

눈 내리는 밤의 바람을 휘감았다

학교 가는 길, 심부름 가는 길

찬바람처럼 뜨거운 기운을 품고 휘파람은

열세 살이 되도록 멈추지 않았다

언제부터일까

휘파람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문득,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전깃줄에서 휘파람새가 하루종일 울고 있었다

가던 길 멈추고 노래 들었다

늙어가며 찬바람만 가슴에서 부는 가슴에

열세 살 소녀가 어느새 곁에 다가왔다

잃어버린 휘파람 소리

문풍지 처럼 팔순 소녀의 가슴에 떨려왔다 

 

 

천사들이 사는집

 

윤인자

 

 

누군가 천사들이 사는 섬들이 있다고 했다

내가 아는 천사는 하늘에 사는 것인데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못했다

그 섬은 오랫동안 육지와 고립되어

아무도 살지 않았다

누군가 그 섬에 들어 토끼와 양을 방목하다가

오래 전에 죽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아무도 살지 않고 바람만 부는 그 섬은

아무에게도 소속되지않은 무인도였다

마침내 천사들을 꼭 만나야겠다고 섬에 들어갔다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섬에 정박하자

불편한 듯 괭이갈매기 떼가 불난 집처럼 아우성이었다

바다와 맞닿은 하늘에서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동백꽃이 지천에 피어 있는 섬기슭을

양들이 무리지어 질주했다

그 섬에는 파도와 푸른 하늘,

그리고 해풍에 근육 단련된 후박나무들의 숲

아무도 살지 않았다

섬을 떠나오면서

천사들이 살고 있다는 소문을 믿지 않기로 하였다가

섬이 멀어져 까마득한 어느순간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고립무언이 된 그 섬에서 만난 것들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윤인자 - 2011《 리토피아겨울호 시 등단

2024《 시와사람봄호 수필 등단

시집 :에덴의 꿈』 『스토리가 있는섬 신안

시가열리는 과수원』『간이역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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