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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이젠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된다 / 늙어가는 길

작성자yoonsart|작성시간21.11.01|조회수31 목록 댓글 0
             


늙어가는 길  

중심지에 있는 역사 안은 오고 가는 인파들로 붐비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지하철 표를 내고 나오는 출구에 서 있는,
자원 봉사자로 보이는 웃음 띤 표정의 할머니의
 
모습이 주의를 끌었다. 

깔끔한 차림새로 계폐기 앞에 서서,
표를 잘 못 끊어 계폐기가 열리지 않아 난처해하는 이가 있으면 역무원에게

 말해주고 출구를 묻거나 화장실을 찾는 이에겐 방향을 알려 주기도 하며,
그 주변의 쓰레기들을 줍고
 
정리도 하고 계셨다.

잠깐 지나치면서 보았지만 가볍게 화장도 하고,  얼굴엔 미소를 띠고서
사람들의 필요를 위해 말을 건네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역사 안을 빠져나와 걷는데 계단 곁에 어떤 남자 한 사람이 쓰러져 자고 있었다.

지하철 주변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서인지 이젠 역사 부근에
사람이 쓰러져 있어도 큰 관심이 
가지 않고,
그냥 노숙자중의 한명 일거라고 생각해 버리게 된다.


그래도 비가 내린 뒤라서 남루한 행색이 더 후줄근해 보이고,
습기 찬 바닥위에 누운 모습이 차가워 보여
 
시선이 자꾸 갔다.

지나쳐 가는데 내 뒤편으로 걸어오시던 할머니 한 분이,
쓰러져 자고 있는 남자 앞에 서서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 무언가 꺼내고 계신다. 빵 한 개와 조그만 요구르트였다.
그 것을 잠만 자고 있는 남자 곁에 살며시 놓고 다시 걸음을 옮기신다.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메신 할머니는 마치 인근에 산책을 나오신 것 같은
복장인데, 일부로 먹을 것을 챙겨 
갖고 나오신 것 같다.

말없이 먹을 것을 내려놓는 모습이 우연이 아니고 준비된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산책길에 만나는 어려운 이에게 줄 것을 마련해 나오신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원하는 것을 다 갖지 못해 가끔씩 삶이 쓸쓸해지는 나를 발견하면서,
오늘 만난 두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마음이 넉넉한 이의 따뜻한 여유를 보게 된다.  

이즈음엔 종종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가를 생각 할 때가 있다.
실상 늙거나 노인이 된다거나 하는 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노인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늙어가는 일 일 것이다.

그럼에도 늙는 징후가 나타나는 내 모습을 보면 당황하게 된다.
노후 생활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늙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인이 되는 나를 만나는 것 같이
 마음이 바빠지는 것이다. 

허지만 피해갈 수 없는 길이라면 잘 늙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숙제 같이 느껴진다.

사실 세월이 그저 우연히 쌓이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반드시 그 대가가 있어서 한정된 일상에서도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내공이 쌓여 갈 것이다. 


세월이 사람을 가르친다는 말같이 시간 속에 수많은 경험들을 하면서
점차적으로 생각의 향상이 일어나
 
 인격이 다듬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나이 들어가는 것이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며 스스로 완성되어 가고 있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 이다.

그럼에도 주위에서 마치 아이같이 단순하고, 편협해진 노인을 만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도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고 생각해서인지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문을 닫는,
 
아집이 강한 노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인이 된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며 이성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을 기르는
일이 선두 되어야함은 물론,
 
편안하고 부드러운 노인이 되는 연습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운동능력은 훈련을 할수록 꾸준히 향상된다고 한다.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한 다음 일정기간 휴식하면 체력수준이 한 동안은 운동하기
전보다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신과 심리에서도 이런 현상이 대비된다고 한다.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이겨낸 사람은 웬만한 고통에 주저앉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월을 따라온 삶속의 경험에서 내가 변화될 수도 있음을 기대해 본다.

오늘 만난 부드럽고 여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자신의 매무새를 단정하게 가꾸는 모습도 곱지만,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부드럽게 배어 나오는 
넉넉한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누구도 아직 오지 않은 노후에 대한 장담은 할 수 없으니,
후덕한 노인이 되기 위한 공부도 행복한 삶을 이루는 
길임을 생각하면서
날마다의 일상에서 잘 늙어가는 연습을 해야 함을 느끼게 된다.

도로변에 서서 보드라운 가을볕아래 한 잎도 빼놓지 않고 진한 노란색으로
물든 은행나무의 행렬은 계절의
 
정취를 부르지만, 한 자락의 바람이라도
지나면 대책 없이 이파리를 털어 내며 시름시름 여위어가는
 가지들은
마음을 겸허하게 한다.


내 인생에 가을날에 서서, 깊어지는 계절에 내 모습을 비춰보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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