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숲에 누가 있다 / 나희덕
밤구름이 잘 익은 달을 낳고
달이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후
숲에서는‥‥‥ 툭‥‥‥ 탁‥‥‥ 타닥‥‥‥
상수리나무가 이따금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제 열매를 던지고 있다
열매가 저절로 터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입술을 둥글게 오므렸을까
검은 숲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말소리,
나는 그제야 알게도 된다
열매는 번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무가 말을 하고 싶을 때를 위해 지어졌다는 것을
‥‥‥타다닥‥‥‥ 따악‥‥‥ 톡‥‥‥ 따르르‥‥‥
무언가 짧게 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박수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들은 무슨 냄새처럼 나를 숲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어둠으로 던지고 있는 그의 얼굴을
끝내 보지 않아도 좋으리
그가 던진 둥근 말 몇 개가
걸어가던 내 복숭아뼈쯤에‥‥‥ 탁‥‥‥ 굴러와 박혔으니
나희덕시집 『어두워진다는 것』
창작과비평사 2001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