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나뭇가지 / 나희덕
죽은 나뭇가지를 꺾어
산 나뭇가지 사이에 내려 놓을 때
그것은 어떤 시작의 순간인가
그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오래 두리번거리던 까치 한 마리
이미 두 집이나 세들어 사는 미루나무에게로 날아간다
첫 나뭇가지를 물고
이 가지를 어디에 내려놓을 것인가,
전세금 사십만원을 들고 서울에 올라와
육교 위에서 중얼거리던 아버지처럼
아버지는 왜 진흙과 역청이 아닌
마른 나뭇가지들로 저 공중에 집을 엮으셨을까
무성해지는 잎사귀들 속에 우리를 숨기셨을까
가지 끝에 등이 찔려 날아오를 때마다
조금씩 둥글어져가던 집
그런 다음날이면 햇빛이 더 깊숙이 꽂혔다 가던,
빗물조차 오래 머금을 수 없던 집
때로 삭정이 부러지는 소리 툭툭 들리던 그 집
나희덕시집 『어두워진다는 것』
창작과비평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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