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 박출(박상철가수)
눈물이 없다고 가슴까지 메마른 건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지만 마음은 굳건하다
때때로 혼자 뭉게구름을 타고 올라
온 들녘을 다녀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바람에 찢긴 누더기
외로움에 부러진 가지를 놓지 못하고
너덜너덜해진 팔
새들은 제 세상인 양 집을 짓는다
우거진 수풀 사이
내 겨드랑이는 종달새 집
바람에 기울어진 몸이
몇몇 새를 쫒지 못하고 동거를 허락한다
오래된 들녘에 덩그러니 나는 버려져 있어
빈 방을 안고 몰래 나간 새들을 기다린다
커튼을 올려도 소식 없는 아이들처럼
나는 독거노인이 되어 저물녘 소멸을 노래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들녘에
철탑 하나
나 하나
서로가 말로 쓰다듬고 다독여줄 뿐.
가인 박출(박상철) 첫 시집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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