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보다 찬란한 우정
내 동생의 이름은 성란이다. 착하고 예의 바르며 언제나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예쁜 사람이다. 삶의 힘듦 속에서도 동생은 늘 웃는다.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도 동생은 깊은 신앙과 주변의 사랑을 등불 삼아 언젠가 밝아올 새벽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왔다. 지금은 요양보호사라는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일구어 가고 있다.
그런 성란이에게는 청자라는 오랜 고향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코흘리개로 함께 뛰놀던 동네 친구다. 알고 보면 두 사람의 인연은 그보다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에서 우리 부모님들과 청자의 부모님들 또한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셨던 터라, 성란이와 청자의 우정은 부모님 세대부터 대를 이어 내려온 깊고 끈끈한 사랑의 대물림이었다.
청자는 훌륭한 배우자를 만나 신앙 안에서 사업을 일으켰고, 이제는 '베풂'을 삶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부부다. 그 성공 뒤에는 남모를 눈물겨운 기도가 있었을 것이다. 청자는 자신의 사업이 어려울 때조차도 한 번도 내 동생 성란이를 잊지 않았다. 무려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해마다 겨울이면 김장김치를 정성껏 담가 보내주었고, 성란이의 늦둥이 아들에게 값비싼 브랜드 옷과 용돈을 살뜰히 챙겨주던 참으로 귀하고 고마운 친구였다.
오늘, 성란이와 청자, 그리고 언니인 내가 참으로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셋이서 아스라한 초등학교 시절과 부모님들의 얼굴,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하나씩 더듬어 갈 때마다 가슴속에서 추억의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세월은 흘렀어도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녀들이었다. 함께 보낸 시간의 깊이만큼이나 뜨거운 감동이 우리를 수다스럽게 만들었다.
청자는 우리를 최고급 한우 전문점으로 데려가 정성 가득한 점심을 대접했다. 따뜻한 식사가 이어지던 중, 청자가 성란이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
"성란아, 손 좀 내밀어 봐."
동생의 거친 손바닥 위에 묵직한 금 열 돈이 쥐어졌다. 언니인 내가 곁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우정이 또 있을까. 물론 금 열 돈은 누구나 탐낼 만큼 큰 재화다. 하지만 내 눈시울을 뜨겁게 적신 것은 금의 물리적인 무게가 아니었다. 친구의 아픔을 제 아픔처럼 여기며 아낌없이 내어준, 그 금 열 돈의 값어치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마음의 값어치'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고운 동생들의 마음 앞에 감동의 눈물이 쏟아졌다. 성란이도 울고, 청자도 울었다.
하지만 더 큰 감동은 그다음에 이어졌다. 청자는 이 금 열 돈이 제 남편이 내어준 것이라 했다. 성란 씨가 정말로 힘들고 어려울 때 요긴하게 쓰라며, 아내의 손에 들려 보냈다는 것이다. 감동은 더 크게 밀려왔다. 남편의 성공 뒤에 왜 이토록 깊은 축복이 따랐는지 알 것만 같았다. 청자와 그 남편이 보여준 깊고 큰 배려와 사랑에 고마움과 경외심이 일어 우리 셋은 한참을 더 울었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씩씩하게 견뎌온 성란이에게, 청자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따뜻한 사랑법을 가르쳐준 셈이다.
그 자리에선 또 하나의 작은 따뜻함이 있었다. 성란이가 하얀 봉투 하나를 부끄러운 듯 청자 손에 쥐어주며 실랑이를 벌였다.
"청자야, 이거 너희 손주 양말이라도 한 켤레 사줘."
금 열 돈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만큼은 그것 못지않게 따뜻했다. 받기만 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은 성란이, 자신이 가진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려는 동생의 깊은 사랑에 나는 또 눈물을 훔쳤다.
어느덧 헤어질 시간, 청자는 지하철역 언덕배기까지 우리를 배웅했다. 청자가 성란이를 부둥켜안았다.
"성란아, 힘내! 다 잘 될 거야!"
청자는 애써 속울음을 삼켰고, 성란이도, 나도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뒤돌아보며 울던 두 사람. 그리고 그 애틋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울던 언니인 나. 성란이가 이 커다란 사랑을 가슴에 안고 예쁘게 살아가길 기도하며 우리는 서서히 멀어졌다.
동생은 대전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을 보며 밀려오는 감동과 함께 깊은 회한이 나를 찾아왔다.
'아, 나는 내 동생 성란이보다 못 살았구나. 나에게는 저런 친구가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내 동생 성란이가 언니인 나보다 훨씬 더 부유한 삶을 살았구나.'
사랑하는 내 동생 성란아.
청자 부부가 네 손에 쥐여준 것은 단순한 황금이 아니라,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대한 사랑의 성벽이란다. 그러니 그 고마운 마음들을 가슴에 단단히 품고, 척박한 바위틈에서도 당당하게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처럼 그렇게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가자.
환하고 예쁜 미소로 늘 씩씩하게 살아다오. 네 곁에는 너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어주는 귀한 친구 부부가 있고, 든든한 우리 형제들과 너의 발걸음마다 기도를 보태는 언니가 있음을 늘 기억하렴.
눈부신 우정과 사랑 안에서 너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사랑한다, 내 동생아.
2026.6.8. 성란이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