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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갤러리

이르쿠츠크 야생화 탐하기 3

작성자부산아저씨|작성시간26.06.15|조회수122 목록 댓글 8

*정확한 이름이 아닐 수 있습니다*

 

     

​6월 첫날, 드디어 이르쿠츠크의 야생화와 대면하는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호텔 주변을 산책하며 네군도단풍나무, 갈퀴덩굴 종류, 홍괴불주머니, 패모 종류 등을 보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로수나 정원수로 돌배나무가 많아서 팝콘 같은 하얀 꽃을 예쁘게 피우고 있었다.

 

​아침은 달걀프라이, 달걀찜, 햄, 토마토, 사과, 빵, 음료, 우유, 커피 등으로 구성된 뷔페식이었는데, 아주 고급지진 않았지만 먹을 만하였다. 평소 아침 대용으로 달걀프라이 두 개를 먹는 나에게는 과한 아침이어서 '아빠 뱃살 좀 빼서 오겠네'라는 딸의 말이 무색하게 귀국 후 몸무게를 재어 보니 자그마치 500,000mg이나 불어 있었다.

 

​아침 식사 후 첫선을 보러 가듯이 샤워를 하고, 나의 자존심인 얼굴 보호를 위해 곱게 선크림까지 펴 바르고 치장을 하여 탐하기에 나섰다.

첫 탐사지인 앙가르스크의 옐로브스코예 저수지 부근으로 가는 도로변 기슭에 꼬리풀류와 냉이류가 보라색과 노란색으로 피어 멋스러움을 더했다. 도로변의 숲속은 기대와 달리 자작나무보다는 백두산 이도백하에서 보았던 미인송들이 대부분이었다. 

 

잡목들과 풀들이 거의 자라지 않아 숲속이 저 멀리까지 훤하게 들여다보였는데, 우리나라의 겨울산 활엽수림을 보는 것처럼 속을 뻥 뚫어주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관리를 참 잘하였구나!' 생각하였는데 자연 상태 그대로의 모습이란다. 귀국하여 검색을 하니 침엽수림 지대에는 덩치가 큰 초식동물들이 풀을 뜯어 먹고, 겨울이 길다 보니 잡목들과 수풀이 우거질 시간이 되지 않으며, 수시로 불을 내거나 자연 발화가 되어 태운다고 나와 있다.

 

​드디어 첫 탐사지에 도착을 하였는데 미인송과 약간의 자작나무가 뒤섞인 수풀 속에 손잎제비꽃과 할미꽃류, 백두산떡쑥, 애기완두 등등 수많은 야생화들이 우리를 반겼다.

더넓은 평지의 숲속에 미로 같은 길들이 우리나라 임도 폭 정도로 나 있는데, GPS를 켜고 찾아가는데도 러우 전쟁의 여파로 전파가 교란되어 엉뚱한 곳으로 가다 다시 되돌아오기를 몇 번 반복하였다. 출국 전에 내가 이르쿠츠크에 들어가니 야생화 탐하기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고 푸틴한테 연락해 놓으라 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게 분명하다. ㅋㅋ

 

​미로 같은 길들을 보고 '아~~ 여기서 길을 잃으면 고생하겠구나' 싶었는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털대제비꽃과 월귤을 보고 함경종덩굴 자생지로 향하는데 일행 중 두 명이 보이질 않는다.

"ㅇㅇ님~~~!!"

"ㅁㅁ님~~~!!!"

목청이 터져라 외쳐도 돌아오는 건 시베리아 숲의 냉랭한 기운뿐이고, 타지에서 전화는 먹통이지, 러시아 형님들 권총 차고 다닌다는 소문은 있지, 시베리아호랑이랑 북극곰이 하이파이브 하자고 나타나기라도 하면 큰일 아닌가! ㅎㅎ

 

​다른 일행들은 부근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리라 하고 나와 행불된(?) 사람의 짝지인 남편 둘이서 찾아 나섰는데, 그 넓은 숲에서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니 크게 걱정은 안 했지만 제법 한참을 이리저리 헤매다 차 있는 곳으로 오겠지 생각하고 나는 찾기를 포기하였다. 일행들과 함경종덩굴과 강 버전 서양민들레 군락을 끝으로 차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똑디들이라 두 사람이 주차한 곳에 와 있었는데, 이번에는 찾으러 나선 짝지가 행불이다.

 

​처지가 바뀌어 찾으러 간 짝지가 행불자가 되었고, 기다리던 짝지는 작은 키에 목을 빼고 걱정 가득한 눈으로 "ㅇㅇ아빠~ ㅇㅇ아빠~~"를 외치며 나왔던 숲을 다시 들어간다.

"여기에 있으세요. 또 엇갈리면 안 되니요" 해도 걱정이 되는지 내 뒤를 졸졸 따라 들어오고, 나는 또 "여기에 있으세요"를 반복하며 이백여 미터를 들어가니 저 멀리에 조아님이 보이고 행불자가 뒤를 따른다.

"어, 조아님만 보이고 남편은 안 보이는데요" 하며 놀리면서 얼굴을 보니 걱정 가득한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잠시 후 나타난 짝지와 상봉을 하는데, 환하게 웃으며 화색이 도는 얼굴과 반기기로는 1983년도 KBS 방송국에서 진행한 이산가족 찾기 상봉의 기뻐하는 모습은 저리 가라다. 역시나 내가 붙인 '우주 최강 닭살 부부' 답다. ㅎㅎ

 

​점심을 케밥으로 먹고 다음 탐사지인메게트(Meget)의 앙가라강가로 자리를 옮겨 초지를 분홍으로 물들이고 있는 시베리아앵초 군락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뻑이 갔다. 다시 길건너 철길 앞쪽의 초지에서 군란에 빠져서 진드기들을 압살하며 사진 담기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제복을 입은 남녀 러시아 공안 두명이 나타나서 머라머라 씨부랑 거리는데 인상을 찌푸리고 손짓 발짓을 하는 것으로 봐서 '이곳에서 썩나가지 못할까' 하는 말투 같다.

 

쫓기듯이 다른 장소로 옮겨 갔는데 

습지로 향하는 길의 마을 바로 앞 숲에서 풍선난초를 만났는데,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줄을 놓고 뒹굴기 시작했다.

작년에 백두산에서 달랑 한 송이를 놓고 공안과 관광객들 눈치 보며 16명이 붙어서 아옹다옹 사진을 찍었는데, 이곳은 끝물이었지만 수십 송이의 풍선난초를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찍을 수 있었다.

 

습지에 도착을 하여 오매불망 보고 싶었던, 받침을 떼면 '자지서나'로 읽히는 장지석남을 탐할 때에 또 한 번 이성을 잃고 짐승 소리를 냈으며, 홍월귤 열매와 우리 팀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보는 팀이라는 아주아주 귀한 뻐꾹냉이를 탐하고 철수하는 길에 바닥에 쫙 깔린, 아직 봉오리 상태의 분홍노루발을 보며 "아깝다, 아깝다"를 연발하며 숙소인 앙가라 호텔로 향했다.

 

#군란

 

#시베리아앵초 

#참기생꽃

 

#서양민들레 

 

#세잎종덩굴 (함경종덩굴)

 

#백두산떡쑥 

 

# 월귤

 

#손잎제비꽃

 

#솔붓꽃 

 

#털대제비꽃

 

 #황화할미꽃 또는 동시베리아 할미꽃(Pulsatilla flavescens)

 

#산진달래

 

#유럽나도냉이

 

    #네군도단풍나무

 

#프리틸라리아 멜레아그리스 '알바'(Fritillaria meleagris 'Alba'), (흰꽃사두패모)

 

#돌배나무

 

#분홍노루발

 

#세잎솜대

 

#장지석남

 

#뻐꾹냉이

 

#풍선난초 

 

  #시베리아앵초 (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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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블랙루비 | 작성시간 26.06.15 늘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가시는 부산아저씨의 글솜씨에 감탄을 합니다~^^
    무사히 귀국하셨으니 또 하나의 추억이 되셨겠죠~^^
    덕분에 귀한 러시아의 야생화를 즐감합니다
  • 작성자구룡포 | 작성시간 26.06.16 우와...정말 다양한 북방계 식물을 덕분에 즐감합니다. 멋지네요.
  • 작성자천안/들꽃 | 작성시간 26.06.16 지난번 글쓴게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여기로 왔군요
    자세한 이야기 사진 잘 보았어요
  • 작성자늦둥이 | 작성시간 26.06.16 부산사나이
    정감있는 글솜씨
    고맙습니다.
    탐사 뒤 후일담이 더 기다려지네요
  • 작성자아로 | 작성시간 26.06.16 광활한 땅에 깃든 새로운 야생화들
    맛난 얘기와 함께 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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