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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야생화갤러리

장지석남

작성자부산아저씨|작성시간26.06.12|조회수125 목록 댓글 11

#​이르쿠츠크 야생화 탐하기 2

 

​시간을 두 시간 전으로 돌려 이르쿠츠크 공항 도착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이르쿠츠크에 오기 전, 다이어트로 살을 빼신 한 분이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입국이 보류되었다. 지난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온 일행들 중에도 두 시간 동안 검색을 받았다는 이가 있어 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다른 일행이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입국이 보류되었다. 이 분은 러시아 입국, 출국, 중국 환승장 입국까지 무려 세 번이나 통과하지 못했다. ㅋㅋ

 

 

​국내에서 핸드폰 로밍을 '도깨비 로밍'으로 신청했는데, 24시간이 지나야 개통되는 탓에 구글 번역기도 먹통 전화도 먹통이었다. 탐하기 일정 내내 와이파이가 터지는 지역이 아니면 배터리만 잡아먹는 무용지물이었다. 다행히 공항 와이파이가 잡혀 구글 번역기를 돌릴 수 있었지만, 전화마저 불통이라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 조아님과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해외여행을 할 때는 무조건 통신사 자동 로밍을 해야겠다’고 깊이 다짐했다.

 

 

​지루한 기다림과 우여곡절 끝에 두 분 다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했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 캐리어를 찾는데, 한 개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다른 일행은 먼저 밖으로 내보내고 캐리어 주인과 둘만 남아서 '캐리어 미도착 확인서'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도통 러시아어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공항 안에는 러시아어 외에 다른 언어 안내판이 거의 없었다. 화장실을 뜻하는 '洗水間'이라는 한자 표시와 출국 수속 안내 모니터에 적힌 'Air China', 'Boarding' 정도가 전부였다.

 

 

​러시아 젊은 여성 직원과 손짓 발짓을 해가며 서툰 영어 단어로 겨우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소통했다. 번역기에 한국어를 띄우면 당연히 한국에서 왔구나 하고 알아차릴 줄 알았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러시아인 입장에서는 그저 알아볼 수 없는 낙서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진작에 번역기로 한국인임을 밝혔더라면 수월했을 텐데, 결국 우여곡절 끝에 서로 번역기를 돌려가며 겨우 확인서를 받아 공항 밖으로 나오는 데 성공했다. 

딱 봐도 여권과 동일인이 맞는데 저들 눈에는 달라 보이는가 보다. 참 가슴 졸이고 지루한 입국 심사였다.

 

 

​승합차에 탑승해 호텔로 향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공산국가라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무척 빠르고 표정도 아주 밝았다. 이르쿠츠크주의 주도인데도 높은 건물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고, 러시아정교회 성당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개인 주택은 대부분 오래된 목조건물이었지만 외관에 페인트칠이 되어 있어 깔끔하고 깨끗했다.

 

 

​시내는 많은 차량으로 붐볐는데,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산한 차량을 전부 모아놓은 듯했다. 특히 일본 차의 비중이 80% 이상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간간이 보이는 현대·기아차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버스는 대우와 현대 버스가 많이 눈에 띄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나 만들어졌을 법한 전차가 도로를 누비고 있었고, 대부분의 차가 오래된 모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진작에 폐차장으로 몇 번은 갔을 법한 수십 년 전 구형 모델도 많았고, 차체마다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의 평균 임금이 70만 원 정도라 대부분 투잡, 쓰리잡을 한다고 들었다. 시내 주요 도로를 벗어나니 사람들이 거주하는 동네는 전부 비포장도로여서 차들이 흙탕물을 뒤집어쓰는 게 당연해 보였다. 번호판이 달리지 않은 차들과 사고로 범퍼가 떨어져 나가고 문짝이 찌그러진 차들도 그대로 운행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우리나라처럼 과시욕으로 소유하기보다, 철저히 이동 수단으로서 자동차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특이한 점은 횡단보도마다 표지판이 양쪽으로 세워져 있는데, 대부분의 도로에 보행자 신호등은 거의 없고 차량용 신호등만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행자들은 언제든 건너고 싶을 때 눈치도 살피지 않고 거침없이 횡단보도를 건넜고, 차들은 일제히 정지했다. 그야말로 '보행자들의 천국'이구나 싶었고, 우리나라도 이런 교통문화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다.

 

 

​20여 분을 달려 숙소인 앙가라 호텔에 도착했다. 6층에 숙소를 잡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100m는 족히 넘을 긴 복도를 한참 걸어서야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음 날 호기심에 호텔 복도를 걸음걸이로 재어보니 무려 178보가 나왔다. 러시아 호텔이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처럼 지하주차장이나 잘 갖춰진 별도의 주차 공간 없이, 호텔 앞 노상 주차장만 20면 정도 있다는 것이었다. 또 객실에 생수를 따로 제공하지 않고,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 상표가 긁히고 낡은 공용 생수통을 설치해 두고 있었다.

 

 

​호텔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이국적인 이르쿠츠크 시내 풍경과, 저 멀리 지평선 부근의 우거진 푸른 숲, 구름과 노을이 무척 멋졌다. 이곳도 백두산 근처와 비슷하게 밤 10시는 되어야 어두워지고, 새벽 3시 반쯤부터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내일 마주할 예쁜 야생화들을 상상하며, 이르쿠츠크에서의 첫날밤 설렘을 가득 안고 일찍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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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스마트 | 작성시간 26.06.13 장지석남 ,예쁜 모습이 반갑습니다
    백두탐사 때 만나봤어요-질척거리는 숲길을 걷던 일도 생각나네요
    긴 설명 글이 읽는 동안 빠져들게 잘 써주셔서 즐겁게 감상하고 갑니다
  • 작성자늦둥이 | 작성시간 26.06.14 훗날 추억거리가 생겼네요
  • 작성자까탈스러운 장미 | 작성시간 26.06.14 아이고, 고생하셨군요.
    장지석남 잘 보고 갑니다.
  • 작성자푸르미 | 작성시간 26.06.14 갓 피어나는 장지석남을 저희 팀도 봤습니다.
    그 곳을 2번이나 갔었기에 익숙한 풍경이라 반갑네요.
  • 작성자연분 | 작성시간 26.06.15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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