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대만 핑둥 허길청 왕생기
아버지 허길청(許桔清)은 평생 농사를 지으시다가 나중에는 새우를 양식하셨다. 불법을 배운 뒤에는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양식업을 그만두었으며, 두 차례 판매할 수 있을 만큼 다 자란 새우를 모두 방생하였다.
2003년 말, 검사 결과 간암 진단을 받았다. 12월 27일 밤, 아버지는 꿈에서 큰 뱀 한 마리가 간이 있는 부위에서 기어 나오며 매섭게 노려보는 것을 보시고, 곧바로 꿈에서 깨어나셨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그 꿈속의 큰 뱀을 나는 잘 안다. 바로 젊은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때려죽였던 그 뱀이다. 당시 그 뱀은 거실 들보 위로 기어 올라갔었지.”
아버지가 악몽을 꾸신 다음 날 아침 7시에 곧바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 방생을 해 달라고 하셨다.
나는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종양성 질환은 대부분 원친채주가 빚을 받으러 온 경우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병을 미워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대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며 염불하고 방생하거나, 남을 이롭게 하는 선행을 하여 회향해야만 이러한 원업을 소멸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병세를 알게 된 뒤부터 온 가족은 모두 채식을 하고 염불회향하기로 발심하였다. 아버지께서는 가지고 계시던 현금을 모두 보시하셨을 뿐만 아니라, 농민보험 장례보조금까지 전액 보시하기로 결심하셨다.
아버지가 염불하여 정토왕생을 구하는 마음을 더욱 굳게 하시도록, 2004년 1월 1일 나는 특별히 꼬우슝(高雄)에 사는 두 분의 사저(師姐)를 타이난으로 모셔 와 아버지를 찾아뵙게 하였다. 이 두 분 사저의 남편은 모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믿음과 발원의 차이로 인해 임종의 모습은 크게 달랐다.
그중 한 분의 남편은 일심으로 염불하여 서방극락세계 왕생을 구했는데, 약물 치료도 포기한 채 마지막에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였다. 그는 대략 한 달 전부터 이미 왕생할 때를 미리 알고 있었다. 임종하기 전날 밤, 가족들은 그가 연신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았다. 이튿날 그는 평온하게 왕생하였다. 그는 병중에도 그다지 큰 고통을 겪지 않았으며, 진통제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의사는 “진통제를 아끼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프시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라고 권하였으나, 그는 의사에게 “정말 아프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간호사들 역시 이런 환자는 정말 드물다고 말하였다.
또 다른 사저의 남편도 염불은 하였지만, 오로지 살아남기만을 바랐다. 여러 명의를 찾아다니고 좋다는 약은 모두 써 보았으나 병세는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욱 악화되어 고통만 깊어졌으며,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하였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병이 깊어지고 나니 불법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더욱 알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특히 스님의 다음과 같은 법문을 늘 기억하셨다.
“작은 병이 나면 작은 기쁨이 있고, 큰 병이 나면 큰 기쁨이 있다. 큰 병이 생겼다는 것은 서방극락세계에 왕생할 날도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한편으로 아버지께 안마해 드리고 한편으로 염불과 함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또 하루가 지났습니다. 병고도 하루 더 줄어들었고, 업도 하루 더 소멸되었으며, 빚도 하루 더 갚았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도 하루 더 가까워졌습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께서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하셨다.
염불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아버지는 이미 병고를 편안히 받아들이고 계셨다.
2월 11일 오후 4시, 아버지는 거실의 긴 의자에 앉아 평온하게 왕생하셨다. 조념은 다음 날인 12일 오후 4시까지 계속되었는데, 마침 24시간을 채웠다. 입관하기 전에 아버지의 몸을 닦아 드리고 옷을 갈아입혀 드렸는데, 몸과 손, 발이 모두 매우 부드러웠다.
2월 15일 아침, 셋째 숙모는 우리에게 전날 밤 꿈속에서 찬란한 광명을 발하는 커다란 연꽃 한 송이가 서쪽에서 빙글빙글 돌며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아마도 아버지께서 연꽃을 타고 돌아오신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날 저녁 셋째 숙모 댁을 찾아가 그 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 하였다.
그때 사촌 여동생 추용(秋蓉)이 우리의 대화를 듣고 다가와 자신이 꾼 꿈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녀는 큰아버지(곧 우리 아버지)가 왕생하신 당일 밤 꿈속에서 아미타불을 뵈었다고 하였다. 아미타불께서는 큰 광명을 발하시며 황금색의 거대한 연꽃 위에 서 계셨는데, 큰아버지는 붉은색 연꽃에 앉아 서쪽에서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며 다가오고 있었다고 한다. 아미타불의 몸은 매우 크고 높아 하늘 끝까지 닿아 있었으며, 손과 발도 매우 크고 길었다. 또한 아미타불은 출가한 모습으로 붉은색 가사를 걸치고 계셨으며, 귓불은 어깨까지 늘어져 있었고 맨발로 연꽃 위에 서 계셨다. 그 연꽃은 수백 가지의 광명과 색깔을 내뿜고 있었으며, 끊임없이 회전하며 변화하고 있었다. 아미타불께서는 계속해서 연꽃을 아래로 흩뿌리고 계셨고, 손에는 염주 하나를 들고 계시다가 곁에 있는 제자에게 그것을 건네주셨다. 추용은 또 아미타불께서 태양 앞에 서 계셨다고 하였다. 다만 그녀가 말한 ‘태양’이란 실제 태양이 아니라, 아마도 부처님 몸에서 발하는 광명을 가리킨 것일 것이다. 또한 부처님의 미간에서는 붉은빛 광명이 비치고 있었다고 한다.
이어서 그녀는 다시 말했다.
“큰아버지는 붉은색 연꽃 위에 앉아 계셨는데, 그 연꽃도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었어요. 그리고 큰아버지는 무척 젊어 보이셨어요. 스무 살 남짓한 청년처럼 보였는데, 마치 큰어머니와 결혼하실 당시 사진 속 모습처럼 젊었어요. 머리카락도 모두 검어서 흰머리가 하나도 없었고, 병색도 전혀 없었어요. 정말 잘생기고 멋있으셨어요!”
그러면서 추용은 나에게 물었다.
“큰아버지는 어떻게 그렇게 젊어지실 수 있었나요?”
사촌 여동생은 또 말하기를, 아미타불의 뒤편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출가한 스님들이 황금빛 광명을 발하며 연꽃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였다. 연꽃의 색깔도 모두 달라서 흰색, 붉은색, 갈색, 보라색, 파란색…… 너무도 많아서 어느 것을 보아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녀는 또 말하기를, 아미타불께서 서 계신 연꽃 위에는 아주 크고 아름다운 보배들이 정말 많이 있었는데, 그 보배들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가 손을 뻗어 하나 주워 보고 싶었지만, 아미타불께서 곧바로 그녀의 마음을 아시고 손을 흔들어 그러지 못하게 하셨다고 했다.
추용은 또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기만 하면 아미타불께서 곧바로 알고 계셨다며, 정말 불가사의했다고 하였다.
그녀는 또 집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 세상의 집들과는 전혀 달랐다고 하였다. 그 집들은 모두 보석으로 지어져 있었으며, 저마다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추용은 아미타불께 말했다.
“부처님께서 계신 곳은 정말 아름답고 멋져요. 저도 부처님을 따라 함께 가고 싶어요.”
그러자 아미타불께서는 손을 저으며 말씀하셨다.
“너는 아직 인연이 이르지 않았으니, 더욱 열심히 염불해야 한다.”
내가 다시 추용에게 물었다.
“아미타불께서 계신 곳의 땅이 황금으로 깔려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니?”
그러자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은 온통 물뿐이었다고 대답하였다. 그 물은 바다처럼 넓고 끝이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것이 매우 신기하였는데, 물 위에 서 있어도 가라앉지 않았고 물 위를 걸어 다닐 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아미타불의 연꽃 위에 있던 보배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으며, 그중 하나라도 가져오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였다. 또한 나중에는 아미타불께서 몸에서 한 줄기 광명을 발하여 자신을 비추어 주셨는데, 온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였다. 그 뒤 아미타불과 큰아버지, 그리고 많은 출가 수행자들은 연꽃을 타고 서쪽으로 떠나갔다고 한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난 뒤 온몸에 땀이 흠뻑 나 있었지만, 몸은 매우 가볍고 상쾌하였다고 하였다. 원래 추용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 증상에 시달린 지 1년이 넘었는데, 그 숙환이 씻은 듯이 나았다. 또한 추용은 평소 밤마다 자다가 한밤중에 일어나 소변을 보곤 하였는데, 아미타불과 큰아버지를 꿈에서 뵌 그날 밤에는 놀랍게도 밤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였다. 눈을 떠 보니 어느새 아침 9시가 넘어 있었다는 것이다.
추용은 평소 정토 경전을 읽어 본 적도 없고 서방극락세계의 수승하고 장엄한 모습을 알지도 못하였으나 꿈속에서 본 광경은 경전에 설해진 내용과 모두 들어맞았다. 우리 모두는 그녀의 꿈 이야기를 듣고 법희에 가득 차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생전의 약속을 지키시어 우리에게 찾아와, 이미 아미타불과 여러 성중의 접인을 받아 서방극락세계에 왕생하셨음을 알려 주신 것이었다.
2월 18일 아버지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전날 밤, 아버지의 시신을 냉동관에서 옮겨 내었다.
입관할 때 보니 아버지의 몸과 손발은 모두 매우 부드러웠고, 얼굴빛은 평온하였다. 손등의 피부는 희면서도 불그스름하였으며, 노인성 반점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또한 발의 부기도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참으로 감인(鑒因) 법사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염불하면 할수록 몸은 더욱 혈색이 좋아지고 더욱 부드러워진다.
나는 부처님 앞에 무릎 꿇고 절하며, 대자대비하신 아미타불께서 아버지를 접인하시어 원만히 정토에 왕생하게 해 주신 은혜에 깊이 감사드렸다. 아울러 여러 법사님들과 연우님들께서 발심하여 돌봐 주시고 조념해 주시어 마침내 아버지와 가족 권속들이 이번 생에 품어 온 가장 큰 소원을 이루게 된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특별히 감사드린다.
(『화생연지 영불퇴(化生蓮池永不退)』에서 발췌, 경신(慶信) 기록)
생각건대:
슬프도다, 인생은 언제나 이와 같아
병이 있든 없든 결국 죽음을 향해 가네
늙음과 병듦과 죽음을 영원히 벗어나고자 한다면
오직 보배 연꽃 속에 화생하는 길뿐이네
병으로 인해 염불하는 것 또한 본래 선근이지만
무엇을 구하느냐에 따라 얻는 이익이 달라지네
병이 낫기만을 구하고 왕생을 구하지 않으면
부처님의 뜻과 서로 어긋나 그 효험 또한 적어지네
병이 낫든 낫지 않든 결국 한 번은 죽게 되나니
한 번 사람 몸을 잃으면 오랜 세월 윤회에 빠지리
수명을 늘리기를 바라지 말고 오직 왕생만을 구하여
일심으로 염불하며 부처님의 영접을 바라야 하네
만사를 내려놓으면 그 마음 편안해지고
이와 같이 염불하는 것이 가장 상응하네
업장은 속히 소멸되고 병고 또한 속히 사라지니
참으로 즐겁도다, 정토에 왕생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