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다성(茶聖) 육우의 품수(品水)와 천하제일천 | ||||||||||||||||||||||||||||||
| "곡렴천 물맛이야말로 천하 제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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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헌 기록에 보이는 중국의 명천(名泉)들은 매우 많다. 모르긴 해도 중국다도의 범주에서 샘물에 관한 영역만 따로 떼어내어 전문적이고 심도 깊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만큼 그 영역이 방대함은 물론 그것이 차에 미치는 영향 또한 대단히 크다. 중국의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명천들은 제각기의 특성과 우수한 수질을 자랑하며 숱한 고사를 안은 채 유구한 차의 역사와 함께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이는 수질에 따라 차의 맛이 달라지고 있음을 반증함이 아니겠는가? 특히 다성(茶聖) 육우(陸羽)는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차에 관한 조사와 연구뿐만이 아니라 샘물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깊이 있고 광범위한 조사와 연구를 하여 마침내 중국 전역의 명천들을 선발하여 20등급으로 나누었다. 그 외, 당대(唐代)의 저명한 품다가(品茶家) 유백추(劉伯芻)도 전국각지에 산재해 있는 차를 다리기에 적합한 샘물을 맛보고 감정한 후, 가장 적합한 샘물을 일곱 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하였다. 특히 청대의 건륭제(乾隆帝)는 차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차를 사랑했음은 물론 샘물에 대한 품평 지식도 실로 전문가를 능가할 정도였다. 지금도 그가 선별하여 매겨놓은 천하명천의 등급은 여러 문헌에서 전하여져 후세 다인들의 차에 적합한 샘물의 선정에 훌륭한 지침서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 차에 관련된 유적지를 돌아보다 보면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이라 불리어지는 명천(名泉)들은 꽤나 많다. 사람들은 “천하에 하나밖에 없어야 할 천하제일천이 중국에는 왜 이리도 많은가?”하고 의아해한다. 필자 또한 그 중의 한 명이었지만 또 한편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대에 따라 수질이 변하고, 품평하는 자들의 입맛과 그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여러 문헌을 통해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지명도가 높은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으로는 대략 네 곳으로 압축하여 볼 수가 있다.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곳이 육우가 자신의 저술인《다경》에서 천하제일로 꼽은 여산(廬山) 강왕곡(康王谷)의 곡렴천(谷簾泉)이고,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곳은 장우신(張又新)의 《전다수기(煎茶水記)》중에서 유백추(劉伯芻)가 천하제일로 꼽은 진강(鎭江) 중령천(中泠泉)이다. 그리고 세 번째와 네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곳은 건륭제가 천하제일로 꼽은 북경의 옥천(玉泉)과 제남(濟南)의 박돌천(趵突泉)이다.
당(唐) 태종(太宗) 때 육우(陸羽, 733—804)는 오랜 벗이자 신임 홍주(洪州, 지금의 南昌) 어사(御史)인 소유(蕭瑜)의 권유에 의해 신성(信城)에서 홍주 옥지관(玉芝觀)으로 이사하였다. 한번은 육우와 소유가 함께 여산(廬山)을 등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들은 산행 도중에 여러 차를 품미하고 또 여러 곳의 샘물을 함께 품평(品評)하기도 하였다. 육우는 산행 중에 여산 동남(東南) 관음교반(觀音橋畔)의 초은천(招隐泉)과 여산 용지(龍池)의 산정수(山頂水)를 차례로 맛보고 평가한 뒤 하늘을 우러러 돌연 감탄하고 곡렴천을 칭송하여 말하기를 “여산 곡렴천(谷簾泉)의 물맛이 천하제일명천으로 손색이 없구나!” 그러자 옆에 있던 소유(蕭瑜)가 육우를 비아냥대며 말하기를 “천하의 명천이 수도 없이 많은데 어찌하여 곡렴천을 제일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나?” 하였다. 이에 육우가 씨익 웃으며 말하기를 “자네가 직접 곡렴천의 샘물을 길어다 한 번 맛보면 곧 알게 될 것이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소유(蕭瑜)는 즉시 병사들에게 명하여 한양봉(漢陽峰) 아래 강왕곡(康王谷)으로 가서 곡렴천(谷簾泉)의 물을 길어 오게 하였다.
이틀 후, 병사들이 곡렴천의 물을 길어 돌아왔다. 육우는 그들이 길어온 곡렴천의 물을 가지고 여산의 특산품인 운무차(雲霧茶)를 다리었다. 천하제일의 명천인 곡렴천의 아름다운 물맛을 여러 사람들에게 맛보이게 할 작정으로 안진경(顔眞卿)을 비롯한 많은 지기들을 초청하였다. 사람들은 청순하고 향기 부드러운 운무차를 마시며 이구동성으로 “육우는 진정 평천(評泉)의 명수로 손색이 없네. 여산 곡렴천의 물맛은 정말로 아름답구나!”하고 감탄하였다. 그러자 육우는 이에 맞장구쳐서 “그렇다네. 곡렴천의 물맛은 초은천(招隱泉)과 용지산정수(龍池山頂水)보다 맑고 차가우며 또 향기롭고 달지!” 그리고 득의양양하게 찻잔을 들어 맛을 보았다. 그 순간 갑자기 육우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이 물은 아무래도 여산 곡렴천의 물이 아닌 것 같은데?” 육우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아연실색하여 멍하니 바라보았다. 육우 곁에 있던 소유(蕭瑜)는 황급히 물을 길러 온 병사들을 불러서 “너희들 분명히 곡렴천의 물을 길러온 것이냐?”하고 다그치자 그 병사는 사실이 들통 날 것을 두려워하여 시치미 떼면서 “나리, 이것은 곡렴천의 물이 확실합니다.”하고 황급히 둘러대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강주(江州, 지금의 九江市)자사(刺史) 장우신(张又新:《전다수기(煎茶水記)》의 저자)이 도착하였다. 장우신은 육우가 여산 곡렴천의 물을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여산 곡렴천의 물을 한 단지 길어서 육우의 다회에 참가하러 왔던 것이다. 이에 엉터리 샘물을 길어 온 병사들은 그만 들통이 나고 말았다. 곡렴천의 샘물을 길어서 돌아오다가 파양호(鄱陽湖)를 건너는 도중에 거센 바람과 큰 파도를 만나 그만 실수로 곡렴천의 샘물을 호수에 다 쏟아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곡렴천 샘물 대신에 파양호의 호숫물을 한 단지 가득 채워서 돌아왔던 것이다. 앞에서 거론 한 바와 같이 육우는 그의 저서《다경》에서 천하의 명천 20종을 품평하였는데, 여산 관음교반의 초은천(招隱泉)을 천하제육천(天下第六泉), 여산 용지산정수(龍池山頂水)를 천하제십천(天下第十泉)으로 서열을 정하고 오직 여산 곡렴천만을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이라 하였다. 곡렴천은 강서 여산(廬山)의 최고봉인 한양봉(漢陽峰) 서쪽의 강왕곡(康王谷: 여산 삼대협곡중의 하나) 아래에 위치하며 여산 도화원(桃花源) 경구(景區)의 주요경관지이다. 곡렴천은 한양봉에서 발원하여 강왕곡으로 절벽아래로 곧장 떨어지는데 그 길이가 무려 삼백오십장(三百五十丈:약 1100미터)에 이른다. 실로 장관이 아닐 수가 없다. -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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