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2 참 고수
하수는 똑똑해야 이기는 줄 안다. 하지만, 고수는 어리석음을 이용하여 승리를 일군다. 옛날 왕실의 먼 친척인 '서천령'이라는 사람이 바둑을 잘 두어 국수라고 불리어졌습니다. 전국에서 온 기객들이, 그를 이겨보려고 달려들었지만, 소문대로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 농부 하나가 말 한 필을 끌고 그의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농부의 행색은 남루했지만, 끌고 온 말은 보기 드문 준마였습니다. 서천령은 어쩐 일로 왔는가 물었더니, 삼 년간 군복무를 하러 가는 길에 어르신이 바둑을 잘 둔다는 소문이 자자하여 겨루어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서천령은 “나는 내기 바둑이 아니면 두지 않는다” 하자.. 농부가.. “제가 타고 온 말을 잡히고 바둑을 두면 어떻겠습니까?”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서천령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고 속으로 비웃으며 대국을 시작하였습니다. 농부의 실력은 짐작대로 적수가 되지 못하여 두 판을 내리 패하자 바둑판을 물리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소인이 졌습니다. 청컨대, 저 말을 잘 먹여 주십시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 다시 바둑을 두어 찾아가겠습니다.”서천령은 농부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준마를 얻은지라 다른 말보다 두 배나 잘 먹여 그 말은 윤기가 좔좔 흘렀습니다.
삼 년이 지나자 농부가 나타나서 다시 겨루기를 청했습니다. 두 사람은 바둑판에 앉아 바둑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국은 시작하자마자 서천평은 농부에게 아무 힘을 쓰지 못한 채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천하무적을 자랑하던 서천령은 내리 두 판을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참패하였습니다. 결국 시골뜨기에게 완패당하고 나서야 자신의 실력이 아무 보잘것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농부는 살이 피둥피둥 찐 준마를 끌고 나서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인이 군복무 동안 말을 맡길 곳이 없자 어르신께서 바둑을 좋아하신다기에 이와 같이 일을 꾸며 말을 잠시 맡겼던 것입니다. 제 말을 이렇게 잘 길러 주셔서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어수룩하게 보이는 시골 농부가 조선 제일 국수 서천령 보다 한 수 위였습니다.
농부는 어리석음을 이용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반면, 서천령은 용맹을 뽐내다가 망신을 당했습니다. 농부는, 자신의 총명을 어리석음으로 포장한 진짜 고수였던 것입니다.
▶오늘의 가르침.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총명하면 어리석음으로 이를 지켜야 하고, 용맹스러우면 두려움으로써 이를 지켜야 하고, 부유하면 겸손으로써 이를 지켜야 한다."라고~ 결국, 진정한 고수는 남들의 눈에 어리석고 때로는 시시한 사람처럼 보이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