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문학 2017 83호 <순천 아랫장>, <용접공 조씨>
박철영추천 0조회 1717.02.10 17:3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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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아랫장 동천 장대 다리 건너 길가에 늘어선 노점상들 추위에 얼어붙은 물길처럼 바닥에 모여 옹기종기 햇볕을 쬐고 차가운 바람에 마른 물풀처럼 건조해진 낯빛 고개 간간히 치켜들고 지난여름 기억하는지 갸웃거린다 때마침 시골서 올라온 할머니들 짐 보따리 실린 버스 들어서자 장꾼들이 먹이 낚아채듯 보따리를 서로 잡아당긴다 우르르 몰려드는 장꾼들의 난장 마른 강에서 아침을 때우려는 쇠백로 긴 부리를 쏙 빼닮았다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듯 거칠어진 입의 긴 부리로 물고기의 숨통을 물고 늘어지는 장날 아침 절박한 입들이 놓칠 수 없는 보따리 질긴 목숨처럼 각축은 쉽게 끝날 기미가 없다 덜컹거리며 58번 버스가 떠나자 동천 쇠백로 하나둘 흩어진다 용접공 조 반장 철야기 바람에 데어도 화상이다 쇳물을 뽑아내는 거대한 기계장치도 하찮은 바람에 부딪혀 화상을 입는다 바람이 심해 속으로 스며들 때마다 데인 상처의 집 틈새는 더 커지고 그 바람 집을 메우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익숙한 용접공의 철야는 천팔백 도 고열과 밤을 꼬박 새울 수 있는 올빼미의 눈을 가져야 한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바람을 누르고 바람 집 속으로 빨갛게 타 들어간 자신의 살덩이를 밀어 넣어야 한다 부서져 주저앉아버린 기계 장치 서서히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본 뒤에야 충혈된 별자리 매듭처럼 풀어지는 용접공 조 반장 부서진 기계는 고쳐 놓았지만 밤사이 몸에서 빠져나간 살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 뼈마디 속 바람이 몸에서 굴러다니는지 쇳소리가 난다 용접공은 제 몸에 난 바람구멍조차 스스로 메울 수 없어 그 바람 소리를 평생 듣고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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