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아다지오
강인한
나는 마샤입니다, 웰시코기고요.
우리 집은 바람개비 높은 언덕바지에
어제 그젠
장화 신은 아저씨들이
풀장을 다 치웠어요.
일곱 아이들 촐랑거리던 무지개며
발냄새 진한 고무 잔디까지 말려 놓고요.
풍덩 풍더덩 뛰어들어 헤엄치던
아이들 보며
주인아저씨랑 아줌마도 깔깔거렸지만
멀고먼 길 떠난다 했어요.
강둑길 따라 산책하던
봄날에 클로버 향기,
수크령을 흔들며 비구름도 뭉클했는데
내 발자국 따라오던 아저씨 발자국
한줄 두 줄 돌담 자락에 능소화로 매달아
보랏빛 저무는 물결 위에
라라 파비안의 노래 너울거려요, 아다지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음이 식는 속도라던가요.
떠나가버리고 흩어져버린 낙엽
오늘은 바람개비 앞에 나만 남았어요.
흐린 날의 아다지오
먹구름 속 터져 나오는 순금의 햇살.
강인한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ㅜㅜ시집『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푸른 심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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