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아다지오 / 강인한

작성자선월|작성시간26.06.09|조회수22 목록 댓글 0

흐린 날의 아다지오

 

 

강인한

 

 

 

나는 마샤입니다, 웰시코기고요.

우리 집은 바람개비 높은 언덕바지에

 

어제 그젠

장화 신은 아저씨들이

풀장을 다 치웠어요.

일곱 아이들 촐랑거리던 무지개며

발냄새 진한 고무 잔디까지 말려 놓고요.

 

풍덩 풍더덩 뛰어들어 헤엄치던

아이들 보며

주인아저씨랑 아줌마도 깔깔거렸지만

멀고먼 길 떠난다 했어요.

 

강둑길 따라 산책하던

봄날에 클로버 향기,

수크령을 흔들며 비구름도 뭉클했는데

 

내 발자국 따라오던 아저씨 발자국

한줄 두 줄 돌담 자락에 능소화로 매달아

 

보랏빛 저무는 물결 위에

라라 파비안의 노래 너울거려요, 아다지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음이 식는 속도라던가요.

 

떠나가버리고 흩어져버린 낙엽

 

오늘은 바람개비 앞에 나만 남았어요.

흐린 날의 아다지오

먹구름 속 터져 나오는 순금의 햇살.

 

 

 

강인한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ㅜㅜ시집『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푸른 심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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