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빈, 대하소설 “소백산맥” 전 17권 완간
대한민국 과거·현재·미래 아우른 장대한 서사
본지에 “환경시마당”을 연재하는 이서빈 작가가 대하소설 “소백산맥” 전 17권을 완간했다. 이서빈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소설가로서의 역량도 펼치며 한국 근현대사와 미래에 대한 장대한 서사를 완성했다.
“소백산맥”은 경북 영주와 소백산 일대를 배경으로 한 가족과 공동체의 삶을 중심에 둔다. 일제강점기 농촌의 삶에서 시작해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남북 화해를 거쳐 미래 통일 한국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한 가문의 운명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작품의 출발점은 역사다. 그러나 “소백산맥”은 단순한 역사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소백산 자락의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민족의 굴곡진 현대사를 조망하는 한편, 가족과 공동체, 인간의 도덕성과 책임, 나아가 민족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함께 담고 있다.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농촌 사회와 가문의 뿌리가 소개되며 시작된다. 이어 해방과 이념 갈등, 분단의 고착화 과정을 지나며 한국 사회가 겪은 상처와 혼란을 그린다. 특히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한국전쟁을 다룬 부분에서는 국가적 비극 속에 놓인 민초들의 삶을 조명한다.
중반부에 이르면 산업화와 도시화, 경제성장의 명암, 민주화 운동과 세대 갈등 등 현대 한국 사회가 겪어온 변화가 서사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개인의 삶과 국가의 발전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역사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과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후반부에서는 작품의 시선이 미래로 향한다. 남북 화해와 통일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국가의 발전은 경제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공동체 정신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 함께할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작품이 제시하는 방향이다.
완결편인 제17권 ‘세계의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은 광복 백주년인 2045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남북이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통합되고, 북의 자원과 남의 기술이 결합해 세계적인 국가로 도약하는 미래상이 펼쳐진다. 주인공 이대신 대통령은 남북화합과 제도개혁을 추진하며 새로운 국가 질서를 모색한다. 동시에 작품은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문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하며 서사를 마무리한다.
특히 마지막 권에서는 역사와 현실의 차원을 넘어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독특한 세계관이 등장한다. 인간 사회의 변화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더 큰 질서와 연결되어 있다는 작가의 사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실과 이상, 역사와 정신세계를 결합하려는 이런 시도는 작품 후반부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소백산맥” 전 17권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결국 '사람'이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권력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견뎌낸 평범한 이들이며, 국가의 미래 또한 공동체를 생각하는 인간의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이 작품 전반에 흐른다.
시집 “달의 이동경로”, “함께 울컥”, “올챙이를 산란하는 비요일”, “저토록 완연한 뒷모습” 등을 통해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온 이서빈 작가는 “소백산맥”에서 또 다른 문학적 지평을 보여주었다. “영주신문” 연재를 바탕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소백산이라는 지역적 공간에서 출발했지만, 그 시선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는 데 닿아 있다.
1권이 2024년 8월에 출간되었으니 만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7권이 완간된 셈이다. 17권에 걸친 “소백산맥”의 완간은 한 작가의 오랜 집필 여정이 마침표를 찍은 사건인 동시에, 지역의 역사와 민족의 서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함께 담아낸 드문 대하소설의 탄생으로 기록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