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現代文學 신인 추천 당선 시 매달리기 (외) 김태훈 철봉에 매달려 과녁의 기분을 이해해봅니다 구멍 난 심장을 메우려고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주워 심장에 화살촉을 꽂는 마음에 대해 떨어질 듯 말 듯 손에 맺히는 땀이 나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무릎에 흙이 묻고 흉터는 겹쳐도 티가 나지 않습니다 피와 철봉의 냄새가 같아서 과녁을 멀리 두는군요 이 공원엔 이 냄새를 맡고도 사료를 먹는 고양이가 참 많습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건 분명 누가 나를 노리고 있는데 세상이 너무 조용하기 때문이고 아플 정도로 손에 힘을 주거나 다리를 앞뒤로 흔들어봅니다 내가 살아 있는지 확인해야 하거든요 공원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야생동물이 서식하니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내 마음이 풀숲으로 도망가지 않도록 철봉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살려달라고 말할 때마다 울지 말고 또박또박 말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소킹 시간의 아름다움을 믿는 사람은 청바지를 입는다 무릎을 구부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온 나날을 청바지에 새긴다 주름을 결이라 부르자 선 하나에도 이야기가 깃들고 걸음을 똑바로 하게 된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청바지를 벗으면 허벅지가 푸르게 멍들어 있다 외벽에 물든 저녁의 고요를 닦아내듯 그날 있었던 일을 하나씩 떠올리지만 집 안이 너무 어두울 때면 욕조에 몸을 오랫동안 담가야 한다 주머니에서 꺼낼 수 있을 만큼만 이야기를 꺼내 물에 풀면서 흘려보내도 되는 건 사라지게 둔다 남은 생활을 피부에 덧대면 나의 무늬가 된다는 것을 안다 물 빠진 청바지는 아무렇게나 입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 잔물결 같은 일에 구멍이 뚫리거나 찢어질 수도 있지만 터진 실밥이 아름다운 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상처를 꺼내두었기 때문이라고 청어처럼 쉬지 않고 사랑하다 보면 흉터는 반질반질해진다 해진 밑단이 생활의 모든 경로를 기억하기에 숨을 헐떡이며 그늘 없는 골목을 헤맬 때 심장에는 길이 열리고 가로수가 솟는다 산책로의 기쁨은 버찌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바닥에서 으깨진 과육이 바닥의 무늬가 되도록 슬픔마저 닳고 닳아 반짝거릴 때까지 청바지를 입은 날엔 실밥을 질질 끌며 조금만 조금만 더 걷자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빈 집 냉동 만두를 샀더니 한 봉지 더 받았어요 집을 떠나온 사람들은 우뚝 솟은 지붕을 무너뜨리듯 만두를 씹죠 밥은 먹었어? 일은 할 만해? 묻는 전화에 텅 빈 곳간 같은 심장을 들키지 않으려고 찜기를 만두로 채웠어요 흰 만두피가 불투명해질 때까지 속을 들쑤시는 건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친구도 없는 타지에서 뚜껑을 반복해 여닫으면 누가 나를 들여다보는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요 만두가 터지듯 인사하고 싶어서 솟아오르는 수증기만큼 하고 싶은 말도 많아요 한꺼번에 쏟아버려서 금세 사라질 말들 기억해주지 않아도 좋아요 들어주세요 안경에 서린 김이 없어지면 만두는 전부 나의 몫이죠 다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접시에 덜고 보니 예상보다 많은 슬픔 현관문을 두드리듯 하나씩 먹습니다 집에 계시냐고 만두가 많으니 함께 먹지 않겠냐고 한 사람을 둘러싼 적막 속에서 만두는 빠르게 식어갑니다 말하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목이 멥니다 심장에 빈집이 너무나 많습니다 곡 흰 알약을 첫눈과 섞었어 단번에 삼킬 수 없는 소식에는 약간의 거짓이 필요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전하지 못해 돌기둥이 됐어 쓰지도 못할 마음이라면 전부 부수는 게 낫겠다고 가슴을 오래 쳤더니 가만히 있어도 둥둥 울리는 소리가 속을 메우는데 저 검은 애간장 속에 아직 누군가가 소리를 따라 걷고 았구나 한 사람이 끝없이 맴돌면 그곳이 바로 운동장이니까 별자리 같은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한 사람의 궤적을 가늠해보면 그의 등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이곳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믿고 싶어서 가슴을 계속 두드렸어 향이 멎지 않도록 여러 개의 향을 동시에 피우니 불길 속에서 일렁이는 얼굴이 보여 연기처럼 사라지려는 얼굴을 곧바로 폐에 담았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도 한 사람을 찾듯이 이제 나는 숨만 크게 쉬어도 한 사람이 보여 그 사람은 종종걸음으로 노을을 향해 걸어가고 역광으로 어두워진 사람을 뒤따라가다가 일부러 제자리걸음을 해 가슴을 가득 메운 소리에 맞춰서 시간이 흐른다면 멈추지 않고 선 자리에서 발을 더 천천히 굴려야겠어 운동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먼저 간 사람이 돌아오니까 가고 있는 사람은 사실 내게 오고 있는 거니까 그 사람의 걸음보다 천천히 발을 굴릴 때 사랑하는 마음은 눈에 휩싸여 가진 마음보다 커다래져 쓴맛도 모르고 단번에 삼킬 수 있도록 나는 알약을 머금은 채 다시 만날 한 사람의 앞모습을 오래 그려보고 있어 자습 배운 것들은 쓸모가 없었다 잘 쌓인 가르침에 자주 발이 걸렸다 학교 끝날 무렵에는 사물함에 넣고 잊었던 돌멩이를 꺼내 도랑 가서 물수제비뜨며 놀았다 휘청휘청 걷는 팔자걸음으로 힘을 풀면 날아올랐고 잠시 반짝이기도 하면서 가벼워진 몸으로 물줄기의 끝을 가늠하다가 물에 들어가 던진 돌을 주웠다 무엇이 내 돌인지 모르지만 주운 돌들은 손 위에서 빛났다 모든 빛은 이미 젖어본 것이구나 손을 떠난 가르침이 다시 손 위에서 빛을 잃어가는 모습은 쓸모가 있었다 무릎만한 깊이에서 휘청이는 동안 돌을 주워 드렀다가 내버려두길 반복하면서 표면에 반짝이던 빛을 훼손시켰고 평생을 써도 다 꺼낼 수 없는 물에 잠긴 가르침들을 내려다보았다 도랑 밖으로 나올 때는 비손이었다 집까지 빛을 옮길 방법을 몰랐으므로 따끔거리는 발의 생채기는 집으로 돌아가서 쓰다듬어야 할 오늘의 복습이었다 ▲ 김태훈 / 1998년 경남 김해 출생. 계명대학교 문창과 졸업. 2026년 《현대문학》 추천 시 당선. ▲ 심사위원 : 박동억 이근화 정다연 —월간 《現代文學》 20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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