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의 여자 박열아 유고시집저자 박열아 출판 황금알 2026.6.4.페이지수120 | 사이즈 136*218mm판매가서적 20,000원
책소개
박열아 시인의 유고시집 『구름 위의 여자』는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한 존재가, 남은 생의 언어로 상실의 강을 건너가는 애도와 그리움의 기록이다. 이 시집의 중심에는 “딸아”라는 부름이 있다. 그 부름은 단순한 호명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존재를 향해 끝없이 손을 뻗는 마음의 형식이며, 죽음 이후에도 끊어지지 않는 사랑의 마지막 호흡이다.
시집은 1부 「사월의 꽃잎 아래서」, 2부 「辛 씨의 봄날」, 3부 「구름 위의 여자」, 4부 「자하문 밖, 서녘 하늘」, 5부 「그리운 마을로 가는 길」로 구성되어 있다. 사월의 꽃잎, 봄비, 흰 구름, 서녘 하늘, 낙엽, 첫눈, 새벽꿈 등 계절과 자연의 이미지는 박열아 시의 가장 중요한 정서적 배경이다. 그러나 이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꽃은 피지만 가슴에는 찬비가 내리고, 구름은 흐르지만, 마음은 제자리에 멈추어 있다. 세계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히려 부재한 존재의 빈자리를 더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이 된다.
표제 연작 「구름 위의 여자」는 이 시집의 가장 깊은 심장부다. “지금쯤/어디만큼 가고 있느냐/딸아”라고 묻는 화자의 목소리는, 죽은 이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슬픔이 아니라 끝내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자의 절박한 노래다. 시인은 “가지 마라”라고 붙잡고, “가고 싶어라”라고 중얼거리며, 이승과 저승 사이의 좁고도 아득한 길 위에 선다. 이 반복은 단조로운 탄식이 아니라 애도의 리듬이며, 남은 자가 견딜 수밖에 없는 사랑의 운율이다.
이 시집은 화려한 수사나 실험적 기법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낮은 목소리로, 가장 오래된 서정의 방식으로, 가장 근원적인 인간의 아픔을 응시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에도 삶은 계속되고, 계절은 돌아오며, 해는 저문다. 그러나 박열아의 시는 그 계속되는 시간 속에서 사라진 존재를 지우지 않는다. 지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지우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그리므로 이 시집을 읽는 일은 한 인간의 슬픔을 들여다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상실의 얼굴과 조용히 마주 앉는 일이다. 『구름 위의 여자』는 떠난 이를 향한 만가이자, 남은 자가 끝내 붙드는 사랑의 증언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박열아
저자 : 박열아
(본명: 박영열)
1938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1959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전표지역」이 당선되었다.
2025년 6월 4일 별세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1부 사월의 꽃잎 아래서
四月·12
다시 四月에·14
낙화·16
봄비 1·17
봄비 2·18
봄비 3·19
봄 1·20
봄 2·21
늦봄·22
봄날의 꿈 1·23
봄날의 꿈 2·24
수요일 오후·25
아카시아·26
입맞춤·27
2부 辛 씨의 봄날
辛 씨의 봄날 1·30
辛 씨의 봄날 2·31
辛 씨의 봄날 3·33
辛 씨의 봄날 4·34
辛 씨의 봄날 5·35
辛 씨의 봄날 6·36
辛 씨의 봄날 7·37
辛 씨의 봄날 8·38
辛 씨의 봄날 9·39
3부 구름 위의 여자
구름 위의 여자 1·42
구름 위의 여자 2·43
구름 위의 여자 3·44
구름 위의 여자 4·45
구름 위의 여자 5·46
구름 위의 여자 6·47
구름 위의 여자 7·48
구름 위의 여자 8·49
구름 위의 여자 9·50
구름 위의 여자 10·51
구름 위의 여자 11·52
구름 위의 여자 12·53
구름 위의 여자 13·54
구름 위의 여자 14·55
구름 위의 여자 15·56
구름 위의 여자 16·57
구름 위의 여자 17·58
구름 위의 여자 18·59
구름 위의 여자 19·60
4부 자하문 밖, 서녘 하늘
자하문 밖 1·62
자하문 밖 2·64
자하문 밖 3·65
자하문 밖 4·66
서녘 하늘 1·67
서녘 하늘 2·68
서녘 하늘 3·69
서녘 하늘 4·70
辛 씨의 가을·71
가을밤·72
노을 1·73
노을 2·74
늦가을 1·75
늦가을 2·76
5부 그리운 마을로 가는 길
새벽꿈 1·78
새벽꿈 2·79
새벽꿈 3·80
새벽꿈 4·81
꿈속의 하늘·82
아미산·83
하늘길 1·84
하늘길 2·85
겨울밤 1·86
겨울밤 2·87
첫눈·88
해거름·89
에세이·91
후기·96
해설 | 염선옥_언어를 이끌고 상실의 강을 건너가는 존재의 용지勇志와 미학·98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1부 사월의 꽃잎 아래서
四月
꽃이 피는데
바람이 부는데
꽃잎처럼 황홀한 슬픔에
가슴이 타는데
환각에 지쳐
잠드는 오후
꿈인 듯, 꿈인 듯
머언 거울 앞에
당신의 검은 머리칼이 지는데
아, 부질없어
지친 목 그늘에 쓰러져 버리면
어지러워라 나의 사랑은
남모르게 피 흘리는
나의 사랑은 어지러워라
꽃이 지는데
바람이 부는데
꽃잎처럼 황홀한 슬픔에
四月이 가는데
다시 四月에
멀리 있는 산이
더 가깝게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옛날
하늘로 간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사월
벚꽃 흩날리는
섬진강 물 그늘에 누워 있으면
아득한 날
그 고궁의 꽃잎들이
어찌하여
안타까운 몸짓으로
내 가슴에 지는가
알 수 없어라
하늘은
저만큼 푸르고
나만 홀로
아직 여기에 있는데
낙화
시름겨운 봄날
어찌하여
아침 뜨락에
흰 잎새만 지는가
빈 하늘 등에 지고
그대는 가고
나 홀로 찬 이슬 맞으며
서성이는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세상 밖으로
나도 그만 가고 싶어라
봄비 1
알 수 없어라
취생몽사 어지러운 봄날
그대는 어디로 가고
세상 가득
흰 꽃잎만 지는가
이른 새벽
차가운 눈물로
그대는 가고
먼 하늘에
흰 비 내리네
봄비 2
꽃이 피는 내 가슴에
차가운 봄비 내리는데
가야 할 길은 멀고도 아득하여라
모두들 떠나버린 빈 들녘에
나 홀로 서성이는
저녁 한나절
찬 바람만 가슴에 파고드는데
갈 곳 없는 내 마음
기댈 길 없어
스산하게 저무는 저녁 하늘 너머로
이제는
나도 가고 싶어라
봄비 3
봄비는
눈물인가
꽃 마중 나가는
사랑의 눈물인가
머언 산길 너머
가도 가도
그리운 사람은 보이지 않고
어찌하여
애절한 내 가슴에
찬비만 내리는가
봄 1
여자여
그대 가슴에 흐르는 물은
향기로워라
이마엔 푸른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밤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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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언어를 이끌고 상실의 강을 건너가는 존재의 용지(勇志)와 미학
염선옥(문학평론가)
‘시밖에’쓸 수 없는 삶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세계에 말을 주고받을, 아니 한때 말을 주고받았던 대상을 잃은 존재가 남을 생을 위한 마지막 통로로 시를 붙들었다는 뜻일 것이다. 박열아 시인의 유고시집 『구름 위의 여자』는 그 길머리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래 비추는 결실이다. 이 시집의 화자는 죽음과 슬픔의 가두리 안에서 성급히 현실로 복귀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결핍과 상실의 자리에 서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던,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존재들을 향해 이쪽의 시간을 묵묵히 견딜 뿐이다. 그 광경은 삶을 던지는 체념에 가깝기보다 이미 저편으로 건너간 이들과 그 부재가 남긴 실존의 무게를 정면으로 마주 보려는 자의 조용한 용지勇志에 가깝다. 이러한 시인의 삶과 문학은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저승으로 내려갔던 그리스 신화의 음유시인 오르페우스를 자연스레 불러낸다. 오르페우스가 자신의 노래를 앞세워 죽음의 강을 건넜듯이, 박열아 시인은 ‘시밖에’ 남지 않은 몸을 이끌고 상실의 강을 건너가려는 존재로 선다. 그의 시집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파스칼이 말한 인간 조건의 추상적인 도식이나 죽음과 슬픔, 공허를 서둘러 벗어나려는 아나바시스Anabasis의 상상력이 아니다. 오히려 상실의 바닥까지 기꺼이 내려가려는 카타바시스Katabasis의 길 위에서, 꺼져가던 말을 다시 일으켜 사랑하는 이들을 향해 나아가는 느리고 낮은 정동이다. 하강과 상승이 한 몸처럼 겹쳐지는 자리에서 독자는 상실과 죽음의 경계에서 시를 감수하는 시인의 삶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과장되지 않은 어조와 거짓 없는 서정의 결로 또렷이 드러내 보이는 용기를 마주하게 된다.
박열아의 시집은 동일 제목의 연작 구조와 두 대상에 수렴하는 서정 화자의 정서적 구성을 통해, 자칫 새로움이 푼푼하지 못하다고 읽힐 위험을 안고 있다. 하지만 ‘새로움’이라는 코드를 도식적으로 이해하고, 기존의 문법과 권위를 깨뜨리거나 흔드는 몸짓만이 문학적 갱신으로 떠받드는 태도야말로 ‘낡아빠진’ ‘새로움’에 대한 ‘상투적 도식’(김춘식, 「시의 새로움이 시대를 관통하는 방식」, 『현대문학』 2014년 7월호)이 아닐까. 현대적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는 파괴와 갱신의 제스처만을 진정한 기준으로 삼는 태도와 관습이야말로 오히려 기계적인 발상이라는 것은 옳다. 박열아의 시는 이런 시류에 편승해 ‘새로움’을 위시하는 대신, 자기 현실을 끝까지 감수하면서 주어진 삶의 얼굴을 통해 시의 몸을 서서히 바꾸어나간다. 남은 삶을 진동하는 부재한 존재와의 조우의 여정을, 동일한 듯 매번 다른 계절에 새기며 변주하며 연작시에 애정을 고집스럽게 새기며, 시가 터져 나오는 자리의 실감을 끝까지 밀어 올린다. 이 지점에서 그의 시는 내용적으로 늘 새로운 방식으로 상실을 견디며 애도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