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신춘문예대전 소설 부문 당선작
탈 깎는 이발사/석원
찰칵. 슬리퍼 끄는 소리가 옆방 문 앞에서 멎더니, 뒤이어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옆 방의 문이 정말로 닫혔는지 내다보고 싶었다.
통. 잠금 버튼이 쇠 치는 소리도 들렸다. 정말 문을 닫았어. 잠그기까지 했군. 나는 안도한다. 늘 문을 열어두는 옆방 여자가 잘 때 문을 닫고 잠그는 걸 보니, 잠을 방해받기 싫은가 보다.
그 여자는 50대로도 40대 밑으로도 보여서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감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 문을 늘 열어두고 책상에 옹크리고 앉아 시간을 보내는 옆방 여자가, 도화지에 물고기를 소묘하고 있다는 걸 며칠 전에야 알았다.
보름 전, 이발소에서 퇴근해 복도를 걸어오다가 여자와 딱 마주쳤다. 그동안은 여자의 옆모습과 뒷모습만 보았는데 정면으로 마주보기는 처음이었다. 헐렁한 회색 실내복에 말총머리를 한 여자가 화보를 겨드랑이에 끼고 마주 걸어오는 걸 보았을 때, 20년 저쪽에서 누나가 폴짝 건너뛰어 걸어오는 것 같았다. 누나! 라는 말이 목울대까지 차오르는 걸 꿀꺽 삼켰다. 헤어디자이너 자격증을 따고, 시민권을 얻어 자립했다는 누나가 이렇게 후진 고시원에서 살 리가 없었다. 더구나 코밑에 반점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누나를 본 듯한 쇼크로 팔딱대는 심장이 가라앉기를 한동안 기다려야 했다.
누나 닮은 여자가 바로 앞방에 살고 있어! 그것도 방문을 늘 열어두고!
벼락이 이 건물을 쳤더라도 이보다 더 큰 쇼크는 주지 못했을 것이다.
혈육은 아니지만, 보육원에서 만나 친남매처럼 기대 살던 누나였다. 바다 건너온 양부모가 나를 데리고 떠나려 하자, 누나와 영영 헤어진다는 걸 직감하고, 파랗게 질려 발작하는 나를 본 양부모는, 절차를 밟아 누나도 함께 입양했다. 그렇게 10년 이 넘도록 콜로라도주의 브라운씨 집에서 함께 의지하며 살았다.
여자를 본 다음 날부터 이발소에 일하러 갈 수가 없었다. 내가 문밖으로 나가면 누나 닮은 여자가 트라우마를 상기시켜 내 몸을 녹여버렸다.‘너 그때 그랬잖아! 지금 어때? 괜찮아?’라고 묻는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고 일하러 가야지 하고, 문 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가도, 여자가 책상에 옹크리고 앉아 있는걸 보면 다리에 힘 이 쑥 빠졌다. 어디선가 콜로라도의 양부가 불에 단 쇠젓가락을 들고 달려들 것 같아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몸뚱이 하나로 의미 없이 살아가는 게 형벌 같았는데, 여자와의 조우는 이런 느낌을 더 뼈저리게 했다.
나이가 사십 줄인데도 여태 살아갈 끈을 쥐지 못했다. 어떤 욕구가 있어야 그걸 채우며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내게는‘∼을 해야겠다’가 없다. 배에서 꼬르륵하면 먹고, 졸리면 자고, 마려우면 싸고, 이렇게 사는데도 돈이 들어 이발소 에 일하러 가지만, 죽지 못해 산다. 나는 몽정 꿈도 꾸어지지 않는다. 내가 십 대였 을 때, 양부로부터 친엄마 욕하는 소리를 듣고 난 후, 심리적으로 거세당했다. 지독한 모멸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생식 유전자를 달달 볶아, DNA 염기에 불청객 돌연변이가 생겼는지, 생식세포가 정자로 더 분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야동을 봐도 아무 흥미도 못 느낀다. 나는 유전적, 심리적 고자다. 이기적 유전자도 내게 실망해 그냥 조용히 꺼져! 하고 다른 거만한 숙주를 찾아갔는지 모른다. 외로움은 내 곁에 찰싹 붙어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죽음은 그리 나쁜 게 아니라고 속삭인다. 한 걸음 만 내디디면 견디기 힘든 허무와 외로움에서 벗어난다고, 이미 정해진 것을 조금 앞당길 뿐이라고도 지껄인다.
이발소 점주는 나의 무단 장기 결근을 두고, 뿌리 못 내린 인생 어쩌고저쩌고 구시렁대다가 단념했을 것이다. 내 가운과 빗 가위들이 거기 있는데 그걸 챙겨야 한다는 마음뿐, 갈 수가 없다.
며칠 전 여자가 밥 먹으러 간 사이 문 열린 방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갈 때 가더라도 궁금한 건 못 참지. 물고기가 그려진 도화지가 방바닥에 흩어져있었다. 만들고 있는 화집에는‘연어의 귀향’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었다. 웬 물고기야? B4용지에는 수정에서 성어까지, 알에서 물고기가 탄생하는 여러 과정이 각 단계로 묘사돼 있었다. 조그만 수정알이 혼자 힘으로 낭배하여 3배체 배엽이 되고, 외, 중, 내배엽을 따라 세포들을 이동시켜 뇌, 눈, 골격, 염통, 피, 내장, 지느러미, 비늘 등 필요한 건 다 만들어 날씬한 물고기가 되어 나오는 게,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다. 저런 힘이 어디에서 와 알에 들어있다가 물고기를 만들어내는 걸까. 알은 유전체 이상으로 위대하다. 그렇다면 여자는 알과 물고기에 감동한 생물학도 화가인가?
아무튼, 오늘도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나도 이제 쉬어야지. 미완성 목각인형과 끌을 침대 머리맡 책상 위에 올려놓고, 4단 책장 가운데 칸에 있는 갓난쟁이 신발을 끌어 품에 안았다. 잘자. 어젯밤 꿈에 엄마가 신발 안에서 나와‘잘살아!’하고 말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목각 중인 판재도 머리맡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무릎을 덮은 인조가죽 포를 접어 올려두고, 방바닥에 흩어진 목각 밥을 한군데로 모아 휴지통에 쏟았다. 목각을 완성할 수 있을까. 목각 얼굴에 어떤 표정을 줄지 망설여진다. 슬픈 표정일 것 같 은데, 나는 그게 싫다. 그렇다고 행복한 표정은 더 아니다. 아마 경계선상의 모호한 표정일 것 같다. 그러나 이것도 아니다. 어중간한 건 사물이 될 수 없다.
자정 무렵에 편의점에서 사온 소주병을 꺼내 마개를 비틀었다. 쥐포를 찢어 질겅 질겅 씹으며 유리잔에 따라 술을 입에 털어 넣는다. 잦은 음주로 당뇨가 왔는지, 끌 질하다가 생긴 손가락 상처가 잘 낫지를 않는다. 그러나 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잠들 수 없다. 술기운으로 머리가 몽롱해지면서 오래된 상처가 머리를 쳐든다. 멀고도 먼 콜로라도의 그 집.
나는 어둡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피가 흐르는 두 손을 감싸 안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다. 그대로 죽을 것만 같다. 조금 전 양부가 뻘겋게 단 쇠젓가락을 내밀며 맨손으로 그것을 쥐라고 했다. 주방 식탁에 놓아둔 지갑에서 백 달러 지폐가 없어진 것이다.‘너, 내 돈 훔쳤지?’라고 소리치며 채찍 끝으로 바닥을 탁탁 친다. 친아들 밥이 내가 훔쳤다고 거짓 고자질한 것이다. 양부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경멸 어린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나는 훔치지 않았다고 울면서 사정한다. 당신 아들 Bob이 이웃 소녀 제니와 함께 댄스파티에 가려고 훔친 걸 왜 나에게 뒤집어씌우느냐고 항변해도, 로키산맥 흑곰 같은 양부는 요지부동이다. 네가 정말 돈을 훔치지 않았다면, 달군 쇠젓가락을 쥐어도 네 손은 말짱하리라고 말한다.
오, 오, 하느님. 자비를!
나는 거역할 수가 없다. 누나는 울면서 내 곁에 서 있다. 내가 거쳐온 무수한 사람들이 떠 올랐다. 얼굴도 모르는 친엄마, 보모들, 위탁 엄마들, 보육원 원아와 선생님들, 그 외에 어디선가 마주친 낯선 사람들이 나를 보며 수군거린다. 무섭다.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 그걸 피하려면 양부 말을 들어야 한다. 나는 용기를 내어 눈을 질끈 감고 시뻘건 부젓가락을 잡는다. 아악!
살이 타는 연기와 역한 냄새가 나고 나는 까무러친다. 판결은 내려졌다. 내 살이 타들어 간 것은, 도둑질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방이 깜깜하고 바닥이 얼음장이다. 나는 지하실 창고의 바닥에 누워있다. 양손이 욱신거리고 끈적한 액체가 느껴졌다. 피다!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려 보았으나,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렇게 죽는구나. 그때 지하실 문이 열리고 한 줄기 빛이 비쳐든다. 누나가 붕대와 머큐롬과 연고가 든 구급상자를 들고 빛을 따라 내게 다가온다. 누나는 문틈으로 비치는 빛 아래서 내 양손의 상처를 소독한 뒤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는다.
누나도 자기 엄마 얼굴을 모르는 건 나와 같다. 우리는 부모님이 누군지 모른다는 점에서 남매다.
“아프지? 그래도 참고 견뎌야 해’.(How painful? But you should bear it)”
“어떻게 참는데? 난 훔치지 않았어.(How can I endure? I didn't steal it)”
“나도 그건 알아. 그렇지만 참는 것 말고 무슨 방법이 있겠니?(I know that you did’nt. But you know there is no way but endure it.)”
누나가 들고 온 고무 신발을 건네준다. 알록달록한 꽃무늬가 지워져 자국만 흐릿하게 남은 하얀 고무 신발! 친엄마가 보육원에 데려왔을 때 신고 있던 신발이라고 한다. 발이 커져 신을 수 없게 되자, 어떤 보모선생님이 나중에 전해주라며 누나에게 맡겼다고 한다. 나를 엄마에게로 이끌어 줄 유일한 물건이다. 미국입양 올 때 누나가 이 신발도 가지고 왔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그날 내게 전해준 것이다. 나는 붕대 감은 두 손으로 신발을 끌어안았다.
잠에서 깨어났다. 취중에 신발을 꼭 안고 잠들었나 보다. 눈물이 작은 신발을 흥건히 적셨다. 어느새 아침이다. 신발의 물기를 티슈로 닦아 제자리에 올려두었다. 문밖에서 슬리퍼를 직직 끌며 복도 끝 주방 쪽으로 멀어지는 소리가 문틈으로 밀고 들어왔다. 여자가 밥 먹으러 가나 보다. 배가 꼬르륵거렸다. 좌우 옆방은 조용하다. 오른쪽에서는 일어 독본을 낮게 중얼거리고, 왼쪽에서는 낄낄대고, 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모두 일하러 갔는지 지금은 조용하다. 창밖에서는 구급차 사이렌이 울리고, 소형트럭의 확성기에서는 남쪽 바다에서 갓 잡은 갈치를 가져왔으니 어서 가져가라고, 목 터지게 울어 댄다.
타올을 목에 걸고 세면장으로 가다가 옆방을 흘끗 보았다. 연한 청색 벽지가 보이고, 의자와 책상, tv 옆에 도화지가 바닥에 흩어져있었다. 내 시선이 닿자 B4용지에 들어있던 물고기 그림이 퍼덕대며 살과 피를 얻어 살아나고 있었다. 첨벙거리는 물소리도 들렸다. 환각인가?
남녀 공용 화장실에 들어가 오줌을 누고 물탱크 레버를 누르니 물이 소용돌이치며 노르스름한 배설물을 휩쓸고 저 밑으로 내려갔다. 바지춤을 여미고 세면장으로 갔다. 도금이 부식된 허연 온 냉수 수도꼭지를 비틀자, 미지근한 물이 흘러나왔다. 때에 절고 닳은 나달나달한 쥐색 플라스틱 대야에 물을 받는다. 아이리스 비누로 거품을 내어 얼굴에 문지르고, 푸푸 세수했다. 수건을 목에 두른 채 공동취사장인 주방으로 걸어갔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흰쌀밥에 아욱국을 담은 대접과 깍두기가 담긴 종지 앞에서 여자가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인기척 했다. 여자가 흘끗 이쪽을 보았다. 300리터 용량의 냉장고가 부드럽게 운다.
여자와 주방에 같이 있으니까, 그 옛날 콜로라도 양부 집 지하실에서 덴 손을 붕대로 감싸주던 누나와 같이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 전용 김치통을 냉장고에서 꺼내고 뚜껑을 열어 여자에게 내밀었다.
“이 김치 시…싱싱한데요. 좀 드…들어 보실래요?”
더듬거리는 내 말에 여자가 흠칫 놀란 듯 돌아보았다. 시선이 날카롭다.
“어머,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그러면서도 여자는 썰어진 포기김치 한 젓가락을 집어 자신의 밥그릇으로 옮겼다. 여자는 배추김치 잎을 이로 끊어 밥 위에 얹어 입으로 가져갔다.
“더 드…드세요.”
“됐어요.”
여자는 나를 곁눈으로 본 뒤 쌀쌀맞게 내뱉었다. 나는 김치통 뚜껑을 닫아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저, 이런 마…말해서 시…실례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외로운 사람끼리 이… 인사라도 하면서 지… 지내는 게 어떨까요?”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실례되는 말을 하셨군요. 외로운 사람끼리라니요. 아저씨가 그런 모양인데, 나까지 거기 끼워 넣지 마세요.”
“그래도 나… 나눌 게 이… 있는 거 아닙니까?”
“어떤 거요?”
“그쪽과 나… 나는 이 주방에 지금 가… 같이 있다는 거요. 이게 주… 중요하지 않은… 가요?”
“도대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예요?”
“우… 우리가 전혀 아무것도 아니지는 아… 않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우리?”
여자가 치뜬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별 볼 일 없는 말더듬이가 김치통을 내밀 더니, 대뜸 우리라는 달갑지 않은 줄로 자신을 묶어버리는 게 시답잖다는 모습 이 다.
낡고 더러운 남녀공용 화장실, 사람들이 마주치기를 꺼리면서도 주방에서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정말이지 화장실에서 다음 순번을 기다리다가 여자가 나올 때 오는 당혹감이란 감당할 수 없었다. 불끈거리는 이상한 환상을 꾹꾹 누르고 다스려야 했다. 고시원을 견디기 힘든 일은 또 있다. 칸막이 저쪽에서 건너오는 야릇한 신음, 잠꼬대, 숨소리까지 들리는 좁아터진 방에 누워있으면, 천정의 색 바랜 누런 벽지가 슬픔이라는 괴물로 바뀌었다. 슬픔은 곧 나를 통과하는 것들을 납빛으로 칠한다. 내가‘우리’라고 표현하니까, 그녀는 사물의 색깔이 나처럼 납빛으로 변할까 봐 두려웠나 보다.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여자가 화낸 것을 이해할만하다. 여자는 슬픈 사람이 싫고, 하루속히 이 고시원을 떠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내가 우리라는 동아줄로 여자와 나, 고시원을 하나로 둘둘 묶어 화가 났을 것이다. 그녀의 치뜬 눈에 떠밀려 내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고린내가 났다. 꽃밭에는 향내가 나겠지만, 여기에는 낡고 너절한 것들이 서로 닮은 냄새를 날리고 있다. 누런 캐시미어 이불에 얼룩얼룩한 반점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해가 있는 시간에 이불을 말려야겠다. 갈 때 가더라도 할 건 해야지. 이불을 둘둘 말아 어깨에 메고, 복도 끝에 연결된 녹슨 철제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축 늘어지고, 누렇게 퇴색한 나일론 줄이 세탁물들을 듬성듬성 매달고 있었다. 그 한쪽에 이불을 펴서 널고, 플라스틱 집게로 집고, 내려오다 보니, 여자가 옥상 흉벽 밑에 쪼그리고 앉아 긴 사각 플라스틱 화분에 모종삽을 콩콩 찧고 있었다. 아니, 저 자존심 여자가 언제 올라왔지?
“여… 여기 계… 계셨군요.”
여자는 사각 화분에 어린 상추 모종을 심고 있다가 살짝 흘기는 눈길을 보냈다.
“그런데요?”
“호… 혹시 화… 화가세요?”
“그건 왜 물어요?”
“바… 방바닥에 물고기가 그려진 도화지들이 너… 널려있는 걸 보았어요. 하 한두 번도 아니고 여… 여러 번.”
아차, 이런 말을 하다니. 아니나 다를까. 여자의 도끼 눈이 또 날을 세웠다.
“여러 번? 그럼 그동안 내 방을 죽 훔쳐보고 있었단 말이에요?”
“아… 아니요. 나는 그… 그런 사람 아닙니다. 나는 해 해외 입양아 출신으로 가난한 이발사입니다. 사… 사정이 있어서 쉬는 중이에요. 바… 바로 옆방에 살고 있다 보니 눈에 띄어 그… 그랬던 것입니다.”
내가 해외 입양아였다는 말에 여자는 약간 놀라워하면서 표정이 살짝 변했다.
“내가 방문을 늘 열어두니까 그런가 본데, 그걸 꼭 입 밖으로 꺼내야겠어요?”
“죄… 죄송합니다. 그… 그렇지만 그…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이 이… 있어서요.”
“그게 뭐죠?”
“무… 물고기가 퍼덕대며 조… 종이 밖으로 사… 살아나오고 있었습니다.”
여자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 도시 남쪽에 개… 개천이 있는데요. 거기서 이… 이런 일이 일어나요. 내년 봄에 같이 가서 볼 수도 있어요. 워… 원하시면요.”
그러자 여자는 갑자기 양처럼 순해졌다.
“아저씨는 그 이야기를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요?”
“아… 아주 오… 오래전부터요.”
여자와 나는 갑자기 친구가 된 듯 평상 위에 나란히 앉았다. 여자와의 사이에 고시원 말고, 물고기가 있으니 우리라는 말이 별로 거슬리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그쪽을 뭐라고 부르지요?”
“그냥 ‘박’이라고 하세요.”
“바… 박?”
“네.”
“바… 박, 종일 책상에 앉아 무… 물고기만 그리세요?”
“카툰 콘테스트 응모 준비하고 있어요. 당선되면 여기를 뜰 거예요.”
“오, 카… 카툰 말이지요? 한 가지 더 무… 물어볼 게 있어요.”
“뭔데요?”
“왜 바… 방문을 항상 여… 열어두는 거죠?”
“창 하나 없는 방에서 문 닫고 있으면 어지럽고 호흡이 가빠져요. 병날 것 같아서요”
“차… 창 있는 방으로 옮기면 되잖아요?”
“오만 원을 더 내래요.”
슬쩍 여자 쪽을 바라보았다. 그런 너는 방에서 하루 종일 뭐 하느냐고 물으면 뭐 라고 해야 하나 염려했는데, 여자는 그렇게 묻지는 않았다. 점심시간이 훨씬지났다.
“배… 배고프지 않아요? 바… 밖으로 나가 점심을 먹죠.”
“그래요.”
우리는 옥상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었다. 옆방 문은 닫혀 있었다.
누나가 성인이 되어 양육보조금이 나오지 않자, 양부는 누나를 파양했다. 누나는 국제 난민 수용소로 갔다가, 그곳 매니저의 도움으로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입양 기간과 자격증, 고교졸업장을 근거로 시민권을 획득하여 당당히 독립했다. 몇 번 나를 보러 왔었는데, 양부가 만남을 거절하여 돌아갔다는 걸 알고서 많이 울었다. 유일하게 의지했던 누나가 떠나고 난 뒤 나는 들개처럼 되어 버렸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열고 페리에 탄산수를 한 병 꺼내 마셨다. 이걸 본 양부가‘암캐 같은 창녀 자식(God damns. a son of thebitch.)’ 이라는 쌍욕을 했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지만, 창녀 자식이라는 말이 그날 따라 내 영혼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나는 알루미늄 야구 배트를 들고나와서 휘둘 렀다. 당신들은 나로 인해 매달 적지 않은 돈을 받으면서 그깟 드링크 한 병 꺼내 마셨다고, 얼굴도 모르는 내 엄마를 그렇게 욕하는 거냐? 내 엄마는 암캐도 창녀도 아니라면서 배트를 휘둘렀다.
벽걸이 거울이 산산이 조각나고 거실에 있던 유리 어항이 박살 났다. 물과 수초, 조약돌, 유리 파편들이 플로어에 왈칵 쏟아져 내렸다. 열대어 구피의 노란색 지느러미와 몸뚱이가 퍼덕거리는 걸 뒤로하고, 나는 그 집을 뛰쳐나왔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더러워진 느낌이었다. 죽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길거리에서 굶어 죽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죽은 암캐 자식이 되고 말 거라는 생각에 억울해서 그렇게 죽을 수도 없었다.
여러 날 노숙하면서 배를 곯았다. 다운타운 뒷골목을 쏘다니다 보니, 쓰레기통이 밥통처럼 보였다. 먹다 버린 햄이나 핫도그 치즈 등으로 주린 배를 달랬다. 그러다 가 문득 양부 집에 두고 온‘신발’이 생각났다. 그들이 내뱉는 욕설이 엄마와 나, 심지어 그 신발마저 더럽히는 것 같아 잠시도 견딜 수가 없었다.
새벽에 양부 집의 내 방 들창을 밀어 올리고 숨어들었다. 신발을 찾아 품에 안고 나오는데, 양부가 순찰 중이던 경찰 한 명과 내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나는 주거침입죄인이 되었다.
내가 집에서 도망쳐 나온 후, 양부는 곧바로 나를 파양했다. 그래서 남이 된 내가 새벽에 그 집 담장을 넘은 것은 주거침입이라는 중범죄였다. 그 죄목으로 기소되어 2년 동안 긴 재판이 이어졌다. 나의 입양 과정과 내가 당했던 학대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심리와 증인들의 증언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주립교도소에 있으니까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노숙하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수용되어있는 동안 재활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이발 기술도 배우고 목공 기술도 배웠다. 지역 신문에 실린 나의 기사를 읽은 한 변호사가 법정대리인을 자청하고, 변호도 맡아주었다. 그러나 양부의 이웃은 하나 같이 그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결국, 나는 추방령을 선고받고 경찰의 냉랭한 감시 아래 고국행 비행기를 탔다.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그 나라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추방 선고를 받았 을 때는 비참했다. LA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 때, 기내에서 보스턴백에 들 어있던 신발을 꺼내어 꼭 껴안았다.‘엄마 나라로 가는 거야.’서러움이 조금씩 설 렘으로 바뀌더니, KAL 여객기가 태평양 상공을 날 때쯤에는 분노와 슬픔 사이로 새로운 희망이 움터 올랐다. 지금은 그 희망이 체념으로 바뀌었지만, 이것이 끝은 아닐 것이다. 내 인생에 무언가 조금쯤 남아있을 것이다.
모국에서도 나는 이방인이었다. 센터 측과 끈을 놓지 않고 희망보육원으로, 경찰 서로, 시청 아동상담소로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희망보육원 누런 표지‘원아 대장’낱장에 검은 잉크로 쓰인 탈색된 내 이름‘김성호’를 보았을 때 묘한 기분 이 들었다. 고향에 온 것 같았다. 출국 때 작성한 아동 카드 복사본에는 김정호로 적혀 있었다. 김성호와 김정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사회복지회 산하단체에서 여섯 달 동안 재활교육을 받고 생활관에 살면서 모국 말을 배웠는데 도 나는 유달리 말을 더듬었다.
희망보육원장을 한 번 더 인터뷰하려고 사회복지센터 윤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었다. 그녀는 남쪽 이 도시까지 내려와 인터뷰하는 걸 도와주었다. 희망보육원은 원장과 직원이 모두 바뀌어 엄마에 대한 흔적은 색바랜 기록물만 남아있었다.
“이제 엄마 찾는데 너무 연연하지 마시고 어떻게 살아갈 건지, 그걸 생각하세요. 성호씨가 꿋꿋이 살면 그게 엄마에게 보답하는 일이 될 거라는 생각, 안 드세요?”
윤 팀장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작별 인사할 때 한 말이었다.
그날 고시원으로 돌아오면서 목각 공방점 앞을 지나오는데, 쇼윈도우에 진열된 탈이 말을 걸어왔다. 그 탈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커다란 콧구멍을 드러내고서 꿋꿋하게 살아! 라고 말하는 듯 헤벌쭉 웃고 있었다. 나는 바로 가게로 들어가서 두꺼운 판재와 삼각도, 평도, 환도, 사포 등으로 구성된 도구 키트를 샀다. 지름 한 자, 두께 세 치쯤 되는 은행나무 판재는 상아색에 나이테가 분명한 아름다운 목질을 갖고 있었다.
고시원으로 돌아와 판재를 부위별로 배분하여, 4B연필로 머리카락과 이마, 눈, 코, 입술, 귀의 선을 긋고, 끌로 파내는 작업을 몇 달 동안 해왔다. 텍사스 주립교도소에 2년간 수감 되어있을 때 목공예를 훈련받았고, 목수였던 양부에게서 끌과 대패 등 목공 기구 다루는 법을 배운 게 도움이 되었다.
머리카락과 이마, 얼굴 부위 요철 부분을 평도와 환도로 다듬어주었다. 오른손에 끌을 쥐고 날이 엇가지 않게 왼손으로 끌 몸을 받쳐주면서 눈동자 부분의 선이 파이도록 선을 넣은 후 환도로 파내었다. 그리고 콧구멍을 소환도로 오려내고 콧마루를 둥그렇게 파주었다. 그러다가 엇결을 만나면 반대쪽에서 순결을 따라 깎아 들어갔다.
누굴까? 머리카락과 얼굴의 이목구비가 점점 드러나면서 궁금해졌다. 손이 가는 대로 끌질해 오다 보니,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남자 얼굴이 내 손끝에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그동안 끌질이 빗나가서 손도 베이고, 애써 드러낸 양각 부위를 망가뜨릴 뻔했지만, 지금은 이력이 붙었다. 그런데 이제 완성 단계에 있는데 표정을 줄 수가 없었다. 기쁜지, 슬픈지, 고통스러운지, 행복한지… 슬픈 게 맞는 것 같은데 그건 싫다. 나는 슬퍼하려고 세상에 나온 게 아니다.
엄마는 왜 날 버렸을까. 엄마도 감당하지 못할 어떤 사정이 있었을 거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울었을 거야. 양부도 그래. 어쨌든 나는 그에게서 배운 목공 기술로 이 탈을 새기고 있으니까. 날 위해 누군가 돈을 내주었다는 건 고마워해야 할 일이야. 공방 진열장 속 탈처럼 나도 콧구멍을 드러내놓고 헤벌쭉 웃을 수 있을까?
우리는 고시원 주변의 한 밥집에 들어가 음식을 시켜놓고 마주 앉았다. 뜨거운 김이 숭숭 솟는 수제비가 나왔다. 대접에는 국물과 익은 밀가루 음식이 가득 들어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이다. 한 수저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늘어진 파와 미끈거리는 수제비, 감자 조각들이 입안에 착 붙는다.
“왜 안 드세요?”
여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수제비는 식어서 미지근했다. 내가 수제비에 감격하여 있는 동안 여자는 대접을 다 비워내었다 나는 공연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부지런히 수저를 놀렸다. 이따금 국물을 떠먹으며 꽉 들어찬 식도를 뚫어주다가 사레들려 캑캑거리기도 했다.
“천천히 드세요.”
여자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가라앉고 친근한 음성이었다. 포대기에 둘러싸여 있는 듯 안전하고 따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물이 찔끔거렸다.
“아…알 수 없어요.”
“뭐가요?”
“치… 치어 때 바다로 나가서 성어가 되어 모천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요. 생각해 보셨어요? 다 컸으면 거기서 살지, 왜 고생고생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걸까요? 어떻게 막막한 대양 한가운데서 엄마 찾아, 도…돌아올 수 있어요?”
“물고기 난소에 알이 들어차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귀소 호르몬 때문인 거 같아요. 후각세포의 수용기도 늘어나죠. 일종의 생리적 반응입니다. 모천이 가진 독특한 물맛이 있어요. 수초나, 돌, 이끼, 온도,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냄새나 맛 입 자들이 모천 물을 따라 막막한 대양에 흘러나와 떠돌죠. 피코몰(10⁻¹²mole) 수준의 맛 입자를 늘어난 후각세포 수용기가 잡아내는 건 신비예요. 맛의 농도가 점점 진 해지는 방향에 끌려 유영하다 보면, 엄마에게 가까워질수록 모천의 냄새는 뚜렷해 지지요. 먹지도 쉬지도 않고 유영해 와서 모천의 돌이나 수초에 알을 낳고는 기력 이 다해서 죽어요.”
“아… 알을 낳았다고 꼭 주… 죽어야 하나요?”
“그건, 그 물고기의 유전자 생명 리듬이 거기서 그치게 되어있는 것 같아요.”
생명 축에 묶여 연자방아를 굴리는 영원한 죄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 한마디 건의해도 될까요?”
“뭔데요?”
“바… 박은 창 달린 방으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바… 방값은 내가 보태죠.”
“나한테 왜 이러는 거죠? 내가 맘에 드세요?”
“아니요. 나는 가…가난한 이발사입니다. 그냥 돕고 싶어요. 바…박이 옛친구처럼 느껴져요. 바… 박이 방문을 닫고 그림에만 모… 몰두하는 모습을 보… 보고 싶어요.”
“그러지 말고, 진짜 이유를 말해 보세요. 왜 나에게 이러는 거죠?”
“그건 나를 위… 위해서예요. 박이 문을 닫고 지낸다면, 나도 신경을 쓰지 않고 이발소에 다시 일하러 나… 나갈 수 있을 거예요.”
나는 결국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참 이상한 분이군요. 내가 방문 열어놓는 게 아저씨에게 그토록 불편을 끼칠 줄은 몰랐어요. 더군다나 이름도 모르는 남자한테서 도움을 받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식당을 나와서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나는‘박’에게 내 이름‘김성호’를 알려줬다. 어쩌면‘김정호’인지도 모르지만.
방값을 보태려면 일을 해야 한다. 은행 잔고가 바닥이다.
다음 날, 인터넷 이용사 구인 사이트에 들어가 한 곳을 점찍었다. 일하던 가게로 내 가운과 빗 가위를 찾으러 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나를 본 점주가 계산대에서 일어나 보고 있던 신문지를 둘둘 말아 손에 대고 탁탁 쳤다. 한 달 동안 연락 없다가, 불쑥 나타난 나 때문에 부아가 난 것 같았다. 나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주춤거리다가 빗과 가위, 가운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사십 대 단골손님이 들어오면서 내게 먼저 인사를 했다.
“점심 식사하러 가시나 보죠?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평소에도 꼭 나에게만 머리를 맡기는 손님이었다. 나는 슬쩍 점주를 바라보았다. 단골손님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오늘만이라도… 그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가운과 빗은 어디 있죠?”
점주는 얼굴에 화색이 돌아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둔 내 기구들을 내어주었다.
나는 흰 가운을 꺼내어 한 번 탁, 턴 다음 팔을 꿰고 앞을 여몄다. 구겨지긴 했지만, 가운 입은 내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너는 아직 할 일이 있어. 거울 속 내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각사각.
검지와 중지 사이로 삐져나온 머리털을 옆머리는 짧게, 윗머리는 길게 잘라내는 동안 손님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잘려 나온 머리카락들이 우수수 흩어졌다. 전자식 바리깡으로 머리카락 가장자리를 다듬고 머리 모양을 살렸다. 가운을 벗겨 내고 머리를 감으라고 했다. 다시 의자에 앉은 손님의 젖은 머리털을 말린 후 수용성 포마드를 발라 빗질로 머릿결을 다듬어주었다. 한결 깔끔해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요리조리 비춰보던 손님이 싱긋 웃고는 요금을 내고 나갔다.
점주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흩어진 머리카락들을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털어 넣고,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여기서 계속 일할 생각은 없어요?”
“나도 그… 그러고 싶지만, 여… 염치가 없어서...”
“미스터김이 정착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아시겠죠?”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점주가 맺지 않은 말을 그의 눈에서 알아챘다.
결국, 그 이발소에서 계속 일하기로 했다. 착실히 일하면 돈이 조금씩 모이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고시원 총무에게 그 여자에게는 창 있는 방이 필요하다고, 앞으로 월세 지급일에 방값을 계속 보태겠다며 오만 원 선금을 주었다. 그리고 내 방과는 조금 떨어진 곳이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여자는 문을 닫고서 가끔 창밖 하늘을 쳐다보며 연어를 그리고, 나는 탈에 표정을 줄 것이다. 이제 어떤 표정일지는 걱정되지 않았다. 내가 머리를 깎아 주는 손님들의 얼굴이 하나로 모여 그 탈에 붙을 것이다. 손님들처럼 거울을 요리조리 살피며 나에게 싱긋 미소를 보일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그날이 오면, 도시의 남쪽 모천으로 가서 신발을 떠내려 보내는 거다. 그 조그마한 것이 모천을 타고 둥둥 떠내려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슴이 쿵쿵 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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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하늘바라기 작성시간 26.06.17 요즘 다시 이민진의 파친코를 다시 읽고 있어요..위 소설과는 상관이 없지만 왠지 남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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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아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7 그러게요. 타향살이도 힘겨운데 타국살이는 더욱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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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보라 작성시간 26.06.17 수 많은 고난 겪으면서
굳건하게 살아온 삶인 듯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아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7 네~ 김 시인님도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