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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신춘문예대전 대상

작성자김아인|작성시간26.06.18|조회수24 목록 댓글 2

2026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신춘문예대전 대상 

 

홍 시/문혜경

 

여든셋 생일상을 차리며 왁자지껄하던 부엌의 소란이 일순간 얼어붙었다.

“나, 마음에 둔 영감 있다잉.”

방씨는 ‘콩나물 한 봉지 싸게 샀다잉’ 하듯 무심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세 딸의 손이 동시에 멈췄다. 순임은 양념하던 당면 더미를 쥔 채 움직일 줄 몰랐다. 순덕이 찢던 보쌈김치 국물은 방바닥으로 흘렀고, 삼순은 미역국에서 올라온 김에 헛기침했다. 프라이팬에서 기름 튀는 소리만이 좁은 부엌을 가득 채웠다.

방씨는 떫은 기운이 가시지 않은 땡감을 굽은 손톱으로 눌러보며 덧붙였다.

“허리가 꼿꼿허다.”

방씨는 ‘꼿꼿허다’에 유난히 힘을 주었다. 주름진 입술 한쪽이 슬며시 말려 올라가며 뺨 한쪽이 옅게 발개졌다. 순임은 엄마의 낯선 표정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떠올렸다. 짙은 분 냄새와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온 아버지는 어린 딸들을 향해 ‘뭣 하나 달고 태어나지 못한 것들’이라며 밥상을 엎었다. 그렇게 살다가 노름빚만 남긴 채 죽은 아버지를 묻고, 서른넷 엄마는 고향에서 쫓기듯 도망쳤다. 앉은 자리에 풀 한 포기 안 날 여편네라는 욕을 훈장처럼 달고 살던 엄마의 입에서 설탕 가루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나비넥타이도 맨날 허고……”

“누군데? 저기 슈퍼집 김 씨 할배여?”

한쪽이 거무스름해진 호박전을 황급히 뒤집으며 삼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애써 노력했던 서울말 사이로 흙냄새 나는 고향 말투가 비죽 터져 나왔다.

“노인대학에, 나보다 두 살 많은 양반이여. 맨날 전화가 온다잉.”

방씨는 자신만큼 낡아빠진 폴더폰과 집 전화를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배시시 웃었다. 억센 욕을 퍼붓던 입술 끝에 수줍음이 묻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순덕은 들고 있던 통깨 통을 빨간 김치 위로 떨어뜨렸다.

“양반? 왐마, 노인네가 주책맞게스리!”

순덕이 쏟아진 깨를 숟가락으로 긁어 담으며 악을 썼다. 그 서슬에 순임이 쥐고 있던 미지근한 잡채 가닥들이 손아귀에서 힘없이 빠져나갔다.

“전화 좀 그만하라고 노인대학에 보냈더만, 거서 연애를 햐?”

 

엄마를 노인대학에 떠민 건 순임이었다. 하루 이만 오천 원이면 두 끼 밥과 셔틀버스까지 제공하는 돌봄 센터였다. 생활에 쪼들리는 막내 삼순마저 군말 없이 비용을 보탰다. 엄마의 전화 세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든 내놓을 기세였다. 노인대학에 가기 전, 새벽의 벨소리는 딸들을 번갈아 깨웠다. 전화가 울릴 때마다 자다 깬 남편은 걸쭉한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순임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차가운 베란다에서 맨발로 동동거렸다. ‘배가 아프다 해쌌드만 느 아부지가 덜컥 가불드라. 고 백구두 두 짝이 저승사자 눈깔맹키로 윗목에서 노려보더라고. 느 우로 하나 죽고, 느 아래로 죽은 아한테 장허다, 고맙다 할 판이었은께.’

어제도, 그제도 들은 이야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씨의 호출은 점점 더 진득하게 순임의 일상을 갉아먹었다. 얼마 뒤에야 그 넋두리가 동생들에게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노인대학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방씨의 연락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순임의 전화에 방씨는 ‘나중에 혀’ 하며 서둘러 끊기도 했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냉장고 안의 시어 터진 반찬을 버리는 일은 순임의 몫이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깨끗이 설거지 된 그릇이 싱크대에 놓여있었다. 입맛이 없다며 젓가락을 내려놓던 방씨가 별안간 먹고 싶은 메뉴를 읊어대서, 순임이 음식을 장만해 달려간 적도 있었다. 순덕이 립스틱을 바르는 걸 보더니 그런 건 어디서 사냐 나도 한번 발라보자며 졸랐고, 삼순이 두르고 온 목도리가 곱다며 막무가내로 빼앗아 두르기도 했다.

어느 봄날, 세 자매가 엄마 집을 찾았을 때 쉰내 나던 집안이 몰라보게 말끔했다. 라벨도 안 뗀 생수병에는 길에서 꺾어 온 듯한 노란 꽃 한 송이가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꽃잎이 살짝 흔들렸다. 삼순은 코를 킁킁거리며 샴푸 냄새가 난다고 했고, 순덕은 찬장에 가지런히 정리된 그릇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꽃이 든 생수병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순임은, 어두운 방 안에 잘못 날아든 나비를 보는 것 같아 얼른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동생들이 ‘엄마 혹시 치매 아녀?’ 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순임은 흔들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글고, 이번에는 뭐 흑염소 같은 거 말구 돈으로 줘야. 검버섯 몇 개 빼구, 핸드폰도 새로 할라니께. ”

방씨의 당당한 요구에 순임은 엄마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눈가의 자잘한 얼룩 몇 개를 걷어낸다 한들, 이미 갈라질 대로 갈라진 논바닥에 한줄기 빗물과 같을 터였다. 작년 생일까지도 ‘느덜 건강한 게 선물여’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엄마였다. 핸드폰 하나 새로 장만하라고 해도 노발대발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방씨 입에서 ‘돈으로 달라’는 소리가 저리 쉽게 나온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순임은 서둘러 간장통 뚜껑을 열어젖히고, 잡채 위에 둘렀다. 투명한 당면 속으로 골고루 간장이 배도록 이리 뒤집고 저리 치댔다. 제멋대로 얽히고설킨 잡채 덩어리를 한 움큼 집어 입에 욱여넣었다. 아직 간이 덜 배었는지, 이미 불기 시작한 당면은 채소와 고기가 입안에서 따로 놀았다. 이번에는 참기름병을 들어 조심스레 잡채 위에 흘렸다. 참기름의 고소한 내가 훅 끼치는 순간, 남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러붙었다.

‘간 하나 제대로 못 맞추냐? 니가 도대체 잘하는 게 뭐야!’

땀 냄새를 풍기며 청국장을 떠먹던 남편이 뱉은 말에, 순임은 저도 모르게 그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그녀의 손에 멱살이 잡힌 남편은 형편없이 마르고 작은 사내였다. 이런 인간의 말에 왜 그리 가슴 조이며 살았을까. 지난날이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훤히 펼쳐지더니, 헛웃음이 나왔다. 순임은 그날 짐을 쌌다. 낡은 배낭에 속옷과 후줄근한 옷 몇 가지를 쑤셔 넣었다. 갈 곳이라곤 친정집뿐이었다.

반쯤 깨진 초인종을 누르지도 못한 채 한참을 서성였다. 그때 벌컥 문을 열고 나온 방씨가 고개 숙인 순임의 어깨에서 배낭을 뺏듯이 받아들었다. 방씨는 앉은뱅이 밥상을 펴고는 가장자리가 찌그러진 양푼을 내려놓았다. 지은 지 오래된 누런 밥을 가득 퍼 담고는 냉장고에서 크고 작은 반찬통을 꺼냈다. 그리고 나물과 꼬부라진 김치를 양푼에 털어 넣었다. 숟가락 두 개로 밥을 비벼대며 방씨가 지나가듯 물었다.

“이혼이 아니람서, 졸혼이 뭐여?”

“호적은 냅두고, 그냥 따로 사는 거예요.”

대답 대신 방씨는 참기름병을 집어들었다. ‘냄시만 나믄 됐지 뭘 많이 뿌리냐’고 타박하던 손길이 양푼에 기름을 몇 바퀴나 둘렀다. 숨 막힐 듯 진한 기름 냄새에 순임은 그제야 뱃속을 파고드는 허기를 느꼈다. 방씨는 짓이겨진 비빔밥을 수북이 뜬 숟가락을 순임 손에 쥐여주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푼 바닥이 긁히는 소리가 날 때까지 그 많은 밥을 모조리 먹어치웠다. 순임은 마지막 한 톨까지 긁어 입에 넣었다.

결혼 내내 신발 속을 굴러다니던 돌멩이 같은 남편을 털어내고서야 밥 한 그릇을 제대로 삼켰는데, 엄마는 이제야 누군가를 가슴 한쪽에 들이고 있었다.

“오라버니라고 부르랴. 코피도 내 거에만 단물을 쪼까 더 넣었을랑가, 맛나.”

순임의 입술 끝에 기다란 당면 한 가닥이 걸렸다. 삼순은 뜯어 든 호박전을 입에 넣다 말고 방씨를 빤히 쳐다보았다. 순덕이 양념 범벅인 고무장갑을 벗어 김치 대야에 걸치며 쏘아붙였다.

“남덜은 있던 영감탱이도 내다 버린당게, 엄마 나이가 지금 몇이여?”

삼순은 밀가루 반죽을 한 국자 떠서 프라이팬에 부었다. 치지직, 기름 지지는 소리 사이로 순덕의 거친 숨이 새어 나왔다. 방씨는 세 딸이 보내는 서슬 퍼런 반응에 구부정한 어깨를 더 구부려 슬그머니 돌아앉았다.

“귀 안 묵었다.”

애먼 치맛자락만 만지작거리는 방씨의 낯빛은 해진 치맛단처럼 무색하게 식어버렸다. 순덕이 방씨의 두 손을 거칠게 붙잡았다.

“그거 달린 것들은 늙으나 젊으나 똑같어!”

“그래도 형부는 또박또박 월급은 갖다줬잖여.”

채반에 놓은 것을 이리저리 옮기던 삼순이 통박을 놓았다. 늘어진 티셔츠 위로 검푸른 부황 자국과 하얀 파스가 드러나 보였다. 순임은 돼지고기 고명을 잡채와 함께 말아 막내의 입에 넣어주었다. 잡채를 꿀떡 삼킨 삼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영감님 돈은 좀 있나? 아부지 같은 사람 하나면 됐지, 엄마는……”

치맛자락만 비틀던 방씨가 삼순의 말에 몸을 홱 돌렸다.

“알지도 못함스로, 주둥이를 콱.”

엄마가 손가락을 치켜들고 달려들자, 삼순은 기름 묻은 뒤집개를 들고 순덕의 등 뒤로 피했다.

“웬수 같은 영감탱이를 얻다 갖다 붙여? 느 애비는 그 좋은 인물을 똥 치우는 작대기만도 못허게 쓴 인간이여.”

잡채를 수북이 담던 순임이 막내의 팔뚝을 꼬집었다. 순덕은 괜한 말을 했다는 듯 막내를 흘겨보더니, 방씨를 힐끗거리며 마른 입술에 루주를 진하게 올렸다. 방씨는 걷어 올린 치맛자락으로 눈가를 지그시 눌렀다.

순임은 상을 차리던 손길을 멈추고 방씨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콧물을 몇 번 들이켠 방씨가 딸들에게 등을 반쯤 돌리고 앉았다. 헐렁한 한복 자락이 작은 몸 위에서 가늘게 흔들리는 것 같아, 순임은 막 부쳐낸 전 하나를 달라고 손짓했다.

“엄마, 호박전 한 번 잡숴 봐.”

막내에게서 건네받은 전을 한입 크기로 말아서 방씨 입에 넣어주고는 두루마리 휴지를 뜯었다. 방씨 입가의 기름을 닦아내고 동생들 안 보이게 눈가의 물기도 슬쩍 훔쳤다. 방씨는 촉촉해진 눈으로 순임의 손등을 살짝 두들겼다.

순덕이 젓가락으로 전을 찢으며 방씨를 향해 말을 붙였다.

“아부지가 분 냄새 풀풀 풍기고 들어온 날도, 전을 서너 장씩 드셨다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방씨의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렸다.

“말도 마라. 백구두 닦느라 내 지문이 다 닳았어야. 구두코에 먼지 한 톨 앉았다고 밥상을 엎던 인간이여.”

방씨는 입안의 것을 곱씹는지 시선을 윗목에 둔 채 한참 말이 없었다.

순임은 호박을 채 썰던 엄마의 옛날 부엌을 떠올렸다. 막내를 둘러업고 선 엄마가 버선코처럼 휘어진 시커먼 칼로 몇 번 도마를 치면, 둥근 호박이 가는 채로 쏟아져 내렸다. 엄마는 채를 썰다 말고 코를 풀기도 했고, 반죽을 섞다가 소맷자락으로 눈가를 훔쳐냈다. 노릇하게 부친 것들을 채반에 밭쳐놓고 밤새도록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침에야 들어온 아버지는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먹어 치웠다. 맛있다거나 고생했다는 빈말 한번 한 적이 없었다.

“이제는 내 입이 좋아 먹는 거여. 숭한 인간은 가고 전만 남았네.”

방씨는 큼지막한 조각을 다시 입에 욱여넣었다. 그저 꾸역꾸역 씹어 삼킬 뿐이었다.

그때 방 안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쇼.”

방씨가 어느새 전화기를 귀에 대고서 불투명한 유리문을 닫고 있었다.

삼순이 문틈으로 귀를 바짝 갖다 댔고, 순덕도 그 뒤에 붙어 숨을 죽였다. 문틈으로 보이는 방씨의 성긴 흰머리가 몇 번 까닥거리더니 이내 이불 속으로 몸을 말아 넣었다. 그대로 가방에 넣어도 될 만큼 작은 이불 더미 밖으로, 꼬불꼬불한 수화기 줄이 쥐꼬리처럼 빠져나왔다.

“잘 잤어요잉.”

노래 같은 콧소리가 이불 속에서 흘러나왔다. 알아들을 수 없지만 달떠 있는 목소리였다. 커다란 모란이 그려진 이불 더미가 흔들리다 들썩거리기도 했다. 이윽고 손 하나가 불쑥 나오더니 전화를 달칵 끊었다. 이불 밖으로 드러난 방씨의 얼굴은 갓 찐 백설기처럼 뽀얗게 김이 올라와 있었다.

순덕과 삼순은 못 볼 것이라도 본 듯 갑자기 분주해졌다. 사과를 깎고 커피를 젓는 소리가 별안간 요란해졌다. 순임도 그 생경한 소란에 떠밀리듯 얼결에 손을 거들었다.

 

순덕은 잘게 자른 사과와 커피믹스를 탄 컵을 밥상 위에 내려놓았다. 방씨는 그것들에 눈길도 주지 않고 손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며 머리를 매만졌다. 무슨 곡조인지 알 수 없는 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순임은 물끄러미 그 얼굴을 바라보며 과육 여러 쪽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방씨가 윗목에 놓인 땡감을 가리켰다.

“저그, 조거 하나 쪼개 오니라.”

아직 떫을 것 같다는 순임의 말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순임은 마지못해 떫은 감들 사이에서 색이 조금 든 놈 하나를 골랐다. 아직 단단한 것을 억지로 갈라 접시에 올렸다.

“속이 땡땡해 보이는 게 별로겠구만.”

잘려나간 과육의 속살을 살펴보며 삼순이 투덜거렸다.

“순임이 뱄을 때, 속은 대글거리고 넘어가는 건 하나도 읎고……”

방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땡감 한 조각을 조금 베어 물었다. 질긴 껍질이 방씨 입술에 들러붙었다.

“옆집을 본께 높다란 가지에 감이 주렁주렁 달렸어야. 고거 한 입 똑 베물믄 속이 싸악 내려가겄구만, 돌라고 할 수도 읎고 죙일 마른침만 꼴깍꼴깍 넘겼지야.”

순임은 가만히 손을 뻗어 엄마의 입술에 붙은 과육 껍질을 떼어 밥상 끄트머리에 붙였다. 생기 돌던 붉은 입술이 금세 칙칙한 팥죽빛으로 가라앉았다.

“툭, 소리가 나길래 이 양반이 왔나 방문을 열어본께, 마당에 감이 깨져있더라고. 손꾸락으로 찍어 묵도 못 하게 아주 납작이가 돼 부렸어. 눈물이 그리 나드마……”

방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삼순이 남은 한 조각을 방씨 손에 쥐여주며 핀잔을 주었다.

“그놈의 납작이 감 얘기, 한 번만 더 들으면 열 번이네, 엄마. 근데 아까부터 왜 이리 거울을 보실까? 노인대학 가시려고?”

“오늘은 느덜 왔다구, 못 간다 했지.”

눈치 빠른 순덕이 얼굴을 엄마에게 들이밀며 덧붙였다.

“왜? 영감님이 보고 싶댜, 엄마?”

삼순은 사레가 들렸고, 순임은 참았던 웃음을 와르르 쏟아냈다. 방씨는 꼼지락거리는 발가락을 만지작거리더니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바람이 찬데, 금순 씨 잘 잤냐고…… 그러데.”

방씨의 뺨에 잠시 붉은 기가 번졌다. 순임은 엄마 이름이 낯설어 입안에서 되뇌어 보았다. 금순 씨. 그러고 보니 병원 대기실에서 간호사가 이름을 부를 때 외에는 순임도 자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순임은 핸드폰을 보는 척하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깊게 팬 팔자주름이 보였다. 순임은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 듯 얼른 화면을 끄고 엎어놓았다.

방씨의 낯빛을 살피던 삼순이 슬며시 말을 꺼냈다.

“엄마, 있잖여, 우리 집 단골 할매, 빨간 벽돌 이층집에 사는.”

방씨는 감을 한입 베어 물고 삼순을 바라보았다.

“그 할매 영감이 치매래. 욕을 해대고, 할매랑 며느리 머리채를 잡는다네. 그 점잖던 사장님이.”

말을 마친 삼순이 사과 접시를 들더니 남은 조각들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아삭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순덕이 뜨끔한 표정으로 순임을 쳐다보았다. 굵은 핏줄이 불거진 제 손등을 쓸어보던 순임은 방씨의 눈치를 살폈다. 베어 물었던 감 조각이 밥상 끄트머리에 힘없이 놓였다. 손바닥으로 입술을 훔친 방씨는 말도 없이 상에서 물러앉았다.

순덕은 동생의 머리통을 쥐어박는 시늉을 하며 주방으로 끌고 나갔다. 순임은 이 자국이 난 땡감을 빈 접시로 옮겼다. 버려진 씨앗이 보기 싫어 휴지로 싸서 뭉쳤다. 방 안에는 떫은 내음만 눅눅하게 남았다.

 

좁은 집안에 달그락거리는 소란함과 물소리가 잇달아 울렸다. 평소 같았으면 각자의 남편 흉을 보며 그 소리를 덮었을 텐데, 오늘은 잠잠했다.

순임은 방씨의 한복을 벗겨서 곱게 접었다. 연분홍 옷자락이 얼룩진 장판 위에 꽃처럼 피었다가 이내 차곡차곡 포개졌다. 보자기에 한복을 넣어 묶으면서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 보따리를 꺼내게 될지 헤아려 보았다. 한쪽에 밀쳐두었던 이불을 펼치고 방씨를 눕혔다. 하얀 피부에 쌍꺼풀이 짙고 코가 높은 방씨는 박복한 상이라느니 괜한 소리를 듣곤 했다. 그 곱던 얼굴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가늘고 굵은 주름이 겹겹이 접힌 뺨을 순임이 가만히 만져보았다. 방씨가 그 손을 감싸 쥐었다. 울퉁불퉁한 마디마다 온기가 스며들었다.

순임은 색이 바랜 듯한 방씨의 작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그 양반이 뭐가 그리 좋아?”

순임이 남편한테 두들겨 맞아 쫓겨왔던 날에도, 순덕이 남편의 외도에 눈물짓던 나날에도, 삼순의 통장을 들고 나간 사위를 찾아 나섰을 때도 방씨는 눈물 한 방울 흘린 적이 없었다. 작은 몸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 있었는지, 그놈덜 가랭이를 쭉쭉 째 버린다며 길길이 날뛰곤 했다. 세 딸은 번갈아 가며 그런 엄마를 붙잡아 말려야 했다. 그러다 제풀에 지친 방씨는, 누구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 쭉정이라도 옆에 있을 때가 좋은 것이여’ 그러나 순임의 눈에는 혼자인 엄마가 오히려 홀가분해 보였다. ‘그때는 느그들 목구멍이 제일로 무서웠다’는 엄마의 말은 알아들었지만, ‘한여름에도 옆구리가 시리다’는 말은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

동생들의 웃음소리가 유리문 너머 부엌에서 왁자하게 들렸다. 방씨는 잡고 있던 순임의 손을 놓고 눈동자를 굴리더니 입을 뗐다.

“나보고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하란댜. 이불 꼭 덮고 자라고.”

방씨는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리더니, 순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 오래 살고 잡다.”

순임은 방씨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방을 나왔다.

예전 같으면 과일 상을 물리고 맥주 한 잔 기울였겠지만, 오늘은 조바심이 나서 앉아 있기 힘들었다.

순임은 잡채와 호박전을 플라스틱 통에 주섬주섬 담았다.

“언니, 어디 가?”

순덕이 외투를 입고 따라나서며 물었다.

“노인네들 간식이나 하시라구.”

순임은 묵직한 장바구니를 팔에 걸치고, 뒤축이 꺾인 신발에 부리나케 발을 밀어 넣었다.

“그럼, 더 갖고 가야지. 혼자 먹으면 딱 맞을 양이네”

순덕이 피식거리며 흘린 말을 못 들은 척 현관문을 열었다. 삼순도 뒤늦게 두툼한 잠바를 챙기며 따라나섰다.

“그려, 어떤 할밴지 물어나 보자고.”

세 자매는 노인대학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바람이 제법 찼다. 순덕이 목도리를 다시 동여매며 허연 입김을 뱉었다.

“엄마가 아주 넋머리가 빠졌나 부다야. 설마 서류까지 합치는 건 아니겄지?”

“걱정은. 그 나이에 그런 마음 든다는 게 뭐 나쁘기만 하겄냐.”

순임은 끝말을 얼버무리며 파카 지퍼를 턱 끝까지 바짝 끌어올렸다. 그러자 털모자를 뒤집어쓰던 막내가 홱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 연립 하나, 잘못하면 날릴 수도 있다고! 노인들 등쳐먹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동생의 말을 곱씹는 것인지 순덕은 오래 대답이 없었다.

순임은 앞장선 동생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낙엽을 날리며 종종걸음을 치던 막내는 ‘연립, 연립’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둘째의 어깨에는 서슬 퍼런 날이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의 덜미를 잡아챌 것처럼.

세 자매는 미끄러운 도로를 지나 신호등 앞에 섰다. 순임은 초록불이 켜지고도 한참 지나서, 동생들 뒤를 따라 길을 건넜다. 순임은 무릎이 시큰거렸다. 요리하느라 오래 쪼그려 앉아서인지 겨울바람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숭늉처럼 따끈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났다.

노인대학 1층에 ‘실버카페’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경쾌한 트로트 가락과 웃음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순임은 구석진 자리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동생들도 쭈뼛거리며 뒤를 따라와 의자에 앉았다.

“아이고, 쩌그 밍크 모자 할매가, 그 벽돌집 사모님이여.”

“영감이 치매라는?”

“엉, 제일로 신났구먼.”

순덕과 삼순은 카페 안 사람들을 훑으며 속닥거렸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지

 

노인들이 ‘딱’에서 박자에 맞춰 찰싹 손뼉을 쳤다. 그들이 쏟아내는 웃음에 트로트 가락이 묻혔다. 이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보다 신나게 장단을 맞췄을 방씨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순덕이 순임의 팔을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췄다.

“저기, 혹시 그 나비넥타이 아녀?”

방금 이발소에서 나온 듯한 깔끔한 백발과 초록색 둥근 안경테가 순임의 눈에 들어왔다. 빳빳한 와이셔츠에 검은 나비넥타이가 산뜻했다. 노인정에서 점당 10원짜리 화투를 치는 염씨 할아버지와는 딴판이었다. 순임은 전화기를 옆에 둔 채 잠이 든 방씨가 떠올랐다. 저렇게 말끔한 사내가 우리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해가 지는 하늘을 보라고 했다니.

순임은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고 낯이 뜨거워졌다. 눈가도 화끈거렸다. 순임은 메뉴판을 펼쳐 위에서부터 하나씩 짚어 내려갔다. 호박죽, 쌍화차, 쑥차, 실버 커피. 순임은 그 이름 위에서 손가락을 잠시 멈추었다. 엄마도 이 글자들을 더듬으며 수줍게 메뉴를 골랐을까.

그때 순임의 어깨너머로 메뉴를 보던 순덕이 메뉴판을 뺏어 들고 아래를 짚었다.

“이거 뭐여? 혼자 오신 분, 말동무 해 드립니다?”

메뉴 맨 아래 붓글씨로 쓴 듯한 투박한 글씨가 박혀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었던 내용이 고막을 파고들었다.

“얼굴빛이 좋아지셨어요. 어제 해 지는 하늘은 보셨나요?”

음악이 멈춘 사이로 들려오는 나비넥타이의 목소리는 또렷하지만 낮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는 엄마가 아닌 꽃무늬 모자 할머니에게 물을 따르며 묻고 있었다. 그가 허리를 구부려 귓속말을 건네자, 할머니의 얼굴이 함박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순임은 무릎 위에 놓인 잡채 통을 손끝이 하얘지도록 끌어안았다. 식어버린 용기에서 나오는 냉기가 가슴팍까지 번졌다. 말려 올라간 엄마의 입술 끝이 어른거려 눈을 질끈 감았다. 아까부터 나비넥타이를 유심히 살피던 순덕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삼순도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순덕이 막 입을 떼려는 찰나 카페 문이 활짝 열렸다.

찬바람과 함께 내복 위에 진달래색 파카를 껴입은 노인이 불쑥 들어왔다. 그를 본 밍크 모자 할머니가 구르듯 달려가 노인의 가슴팍을 쳐대며 악을 썼다.

“아이고, 인간아. 내 옷은 왜 끄잡아 입고 여기까지 와. 집을 나오면 어쩌라고!”

노인은 멍한 눈으로 밍크 모자를 바라보더니, 욕지거리를 뱉었다.

“이년아, 밥 줘. 왜 밥을 안 줘. 나 배고파.”

“가소, 그만 가소. 나 좀 이제 놔 주소.”

밍크 모자는 남편의 겉옷을 벗기려다 주저앉더니, 타령 같은 울음을 터뜨렸다.

“사장님, 추우니까 우선 여기 앉으세요.”

나비넥타이는 익숙하게 노인을 이끌어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밍크 모자에게 수화기를 건네는 손길에 망설임이 없었다.

밍크 모자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나비넥타이는 그제야 세 사람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처음 오신 분들 같은데,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순임은 무릎 위에 있던 잡채 통을 옆 의자로 슬그머니 밀쳐 놓았다. 그러고는 남은 냉기를 털어내려 시린 손바닥을 바지에 거칠게 문질렀다.

메뉴판이 흔들리지 않도록 손에 힘을 준 순임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호박죽 두 개, 따뜻한 실버 커피 하나 주세요.”

“가루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넣어드리는 건데, 괜찮으세요?”

나비넥타이의 눈매가 초록 안경테 안에서 부드럽게 휘었다. 그 눈웃음이 낯설지 않았다. 순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주방 쪽으로 향했다.

 

잠시 후, 나비넥타이가 작은 수레를 밀며 세 자매 테이블로 다가왔다. 순임이 엉거주춤 일어나 손을 내밀자, 그가 만류하며 쟁반을 정중히 내려놓았다. 분홍 꽃 그림이 요란한 커피잔의 금박이 불빛에 반짝거렸다. 간장 종지 같은 접시에는 갈색 과자 세 조각이 담겼다. 순임은 두 손으로 컵을 감싸듯 들고 한 모금 머금었다. 혀끝이 아릴 정도로 달았다.

찻잔을 손에 쥔 채 컵 안의 갈색 물을 바라보고 있는데, 나비넥타이의 음성이 다시 들렸다.

“영자 씨, 어제 저녁에 해 지는 하늘 보셨어요? 참 고왔는데.”

순덕은 입을 벌린 채 소리가 들리는 옆 테이블을 빤히 쳐다보았다.

“오라버니 전화 받고 바로 봤죠. 소화 안 되던 게 뻥 뚫렸어요.”

보라색 카디건 할머니의 화답에 나비넥타이는 인자하게 웃으며 어깨를 토닥였다.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는 다시 수레를 밀었다. 순임은 그의 빳빳한 와이셔츠와 구부정한 등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카페 안은 트로트 노래와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밖의 찬 공기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동생들이 호박죽을 떠먹으며 그의 말투를 흉내 냈다. 나비넥타이는 테이블의 모든 물잔을 확인하며 계속 물을 채웠다. 주전자의 기울이는 각도가 그의 겸손을 닮은 듯했다. 그렇게 그의 미소와 부드러운 음성까지 테이블의 노인들에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어제 해 지는 하늘은 보셨냐고 묻던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순임은 제 평생 저런 매끄럽고 나긋한 말투를 들어본 적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었다. 설레며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제 이름이 불리기를 바라며 마음 졸였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과자를 한입 베어 물자, 까슬한 부스러기가 목구멍을 훑고 지나갔다. 순임은 식어버린 잔을 들어 천천히 기울였다. 향만 진한, 그 단물을 남김없이 들이켰다.

카페를 나서자, 더 차가워진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잡채 통이 든 장바구니가 묵직하게 늘어져 순임의 다리에 툭툭 부딪혔다.

“떠드는 소리에 귀가 다 먹먹하네. 다들 양기가 입으로 갔나.”

삼순이 귓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후비며 투덜거렸다.

“나비넥타이 할배, 보통이 아니던데?”

순덕이 추위에 부르르 떨며 순임의 팔을 붙잡았다. 삼순도 어느새 반대쪽에 매달렸다.

“해 지는 하늘 보라는 거, 뭐 다른 할매들한테도 다 말했더구만.”

순임은 품 안 가득 장바구니를 끌어안았다. 통 안에 든 음식이 이리저리 쏠릴 때마다 걸음도 덩달아 비틀거렸다. 양팔에 매달린 동생들이 오히려 순임을 지탱하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가지만 앙상한 가로수 밑에 홍시 몇 개를 놓고 앉은 노파가 보였다. 패딩을 겹쳐 입고 눈만 보이게 목도리를 두른 노파가 순임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살얼음이 낀 붉은 홍시를 손에 쥐여주며 싸게 줄 테니, 사 가라고 매달렸다. 왜 나이 든 이들의 굽은 등은 모두 엄마처럼 보이는지……

순임이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삼순이 비닐봉지를 벌렸고, 순덕은 남은 것들을 모조리 쓸어 넣기 시작했다. 횡단보도의 초록 불이 꺼질 듯 깜빡거렸다.

 

세 자매는 찬바람이 묻은 옷을 털며 현관문을 살짝 열고 들어섰다.

방씨는 아직 자고 있었다. 한 품 안에 들릴 것 같은 작은 이불 더미가 보였다. 딸들은 갓난아이를 보듯 숨죽여 방씨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순덕은 방씨의 옹이진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우리 엄마, 괜히 마음만 다치겄다.”

순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삼순이 홍시가 든 검은 봉지를 살며시 내려놓았다.

잠시 후, 부엌에 잠자리를 펼치고 세 자매가 누웠다. 세 사람의 다리가 안방까지 밀려들어 갔다. 이내 삼순의 코 고는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려왔다. 순임은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았다. 한참을 뒤척이다 옆으로 겨우 돌아누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방에서 부스럭거리는 기척이 났다. 비닐봉지를 헤집는 조심스러운 손길은 이내 무언가를 삼키는 쩝쩝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홍시의 진한 단내가 텁텁했던 부엌 공기 사이로 배어들었다. 그러더니 낮은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가짜면 어뗘…… 달믄 됐지.”

빌딩의 네온사인 불빛이 부엌 안쪽까지 길게 번졌다. 눈물에 베갯머리가 축축해졌지만 순임은 움직이지 않았다. 순덕이 덮은 이불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순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진득한 단내를 깊이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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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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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하늘바라기 | 작성시간 26.06.18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는 이순재 김수미 나오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
  • 답댓글 작성자김아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최고의 연기자셨던 이순재 선생님이 그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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