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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환상처럼

작성자김아인|작성시간26.06.21|조회수19 목록 댓글 0

인간이라는 환상처럼 베스트셀러저자 하재연 출판 문학과지성사 2026.5.15.페이지수156 | 사이즈    128*205mm판매가서적 10,800원   

책소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데뷔한 하재연의 네번째 시집『인간이라는 환상처럼』이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634번으로 출간되었다. 세번째 시집 『우주적인 안녕』(2019)을 출간한 이래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우주적인 안녕』으로 2020년 제3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을 수상하며 “사라짐과 어긋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열어가며 우주적으로 확장해, 인간을 성찰하는 개성적인 시선을 보여준다”(심사위원 최정례·조재룡·이경수)는 평을 받은 시인은 진지하고 섬세한 사유로 빚어낸 시편들을 장고의 시간 속에 담갔다 세상에 내놓는 중이다.
비선형적 시간을 타고 다시금 만나는 ‘우리’. 먼 곳의 별처럼 사이를 두고 동떨어진 ‘너’와 ‘나’를 깊은 고독에서 꺼내어 부드러운 언어로 잇는 시인의 목소리는 처음 듣는 음악처럼 새로워 오랜 여운을 남긴다. 드넓은 우주처럼 고요하고 심원한 시 세계를 펼쳐 보이며 미래를 향한 간절한 희구로 써 내려간 시 54편을 총 5부로 나눠 묶었다.

지나간 것과 오지 않은 것, 잃어버린 것과 우연히 흘러오는 것 들이 잠시 겹쳐지는 장소인 ‘나’. 그것들의 마주침은 환상과도 같지만, 바로 그 환상으로 우리는 아직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 여러 갈래의 다양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였으나 이 시집에서 끝내 열어 보이는 미래는 필연이 아닌 “우연의 미래”다. 그러나 우연은 어쩌다 혹은 아무렇게나 흩어지는 시간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사랑이 있었으므로, 누군가가 묻고 또 누군가가 물음에 응답하려 했기 때문에 가까스로 도달할 수 있는 미래다.
—소유정 해설, 「읽지 않은 메시지 1—우연한 미래로의 초대」에서

그 비가 당신의 검게 열린 눈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하재연 시인

시인이며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 전공 교수이다. 시집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 산문집 『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 시론집 『무한한 역설의 사랑』, 연구서로 『근대시의 모험과 움직이는 조선어』, 『문학의 상상과 시의 실천』 등이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 차례

시인의 말

1부
흑색 소음
소바
소량 현실
우주 조류
스트로베리 문

씌어진 새
거칠고 들쭉날쭉한 점들
머루

2부
두 편의 삶
코다
여름 판타지
평대 해변
고독의 끝말은 숲
평대 해변
여름 이야기
요가 교실
플레이리스트
해변의 소년들
이 여름
코다

3부

미지의 빛
무저갱
잠실
빛을 등지고 올라가는 계단
호호 불며 먹기
육각형
유기체의 사랑
설탕과 눈송이
구름의 베어링

4부
사구; 또는 사건의 지평선
언데드
언데드
언데드
암흑 사이
샤이닝
샤이닝
호수 산책
언데드
언데드
샤이닝

5부
린네의 모자
플랑크톤
종의 기원
종의 기원
종의 기원
푸가
종의 기원
죄와 종
결손
종의 기원
종의 기원
크리스마스 판타지아
비인칭 미래 시점의 일

해설
읽지 않은 메시지1·소유정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네 노래의 후렴구가 반복되는 동안

부서지는 것들 사이로 비가 내려온다

어떤 세계에는 없었던
재생된 나뭇잎을 적시면서

끝없이 유한하게
퍼덕이면서
―「우주 조류」 부분

5학년 때 연탄가스를 맡고 죽었던 친구가
아기의 돌잔치에 나를 초대했다.
아기는 엄마의 낮은 코를 빼닮지 않고
아빠의 큰 눈을 지녔고 한복을 입었고 무척 예뻤다.
축하해,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어.
어리둥절해하던 친구가 웃으면서
나의 등을 때린다.
너 아직도 꿈속에 있구나.
―「거칠고 들쭉날쭉한 점들」 부분

우산을 손에 쥐고
거리를 걷다가
아, 이건 남의 우산이구나, 깨닫고
다 쓰지 못한 곡의 마지막 소절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듣습니다.

비가 우산을 타고 발등으로 떨어져 내립니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의 맨 뒷부분에선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이 부른 후렴구가 반복되고
그것이 참 아름답습니다.
―「여름 이야기」 부분

미래의 네가
다른 미래에서
전송된 나의 빛을 읽어 내려갈 때
행간에 접힌 얕고 깊은 숨소리들을
펼칠 때

빛을 등지고 계단을 올라가
우리는
어둠 속에
새로 돋아나는 손잡이를 돌리게 된다
―「빛을 등지고 올라가는 계단」 부분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시공간 너머 우연한 만남에서 전송되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의 미래

음악은 선처럼 흐르지 않는 것이다.

너의 목소리는 수년 후에야 비로소

비과거적으로 돌아오고야 마는
빛살이 나의 귀를 뚫는 오후
―「플레이리스트」 부분

“슬픔 이후 종말 이후 재앙 이후/살아남아” “지속될 수 있다는 것만이/우리의 믿음”. 시집의 첫 시 「흑백 소음」은 어둡지만 끈질기다. 마음에 불안을 일으키는 세계의 소음이 덮쳐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 목소리는 어떤 결단처럼 읽힌다. 눈과 마음 그리고 ‘나’였던 생각을 가린 채 보고 듣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이어지는 시편들은 여리지만 때때로 우리의 삶을 부드럽게 다독이는 장면을 그린다. “바람에 종이 풍경이 흔들리고”(「소바」), “아름다운 동선을 지닌 새의 시뮬레이션이/푸른 하늘을 너의 마음속에 가져다 놓는다”(「우주 조류」). 주체의 이 의미 없음, 의지 없음을 드러내는 움직임은 불현듯 ‘나’의 어둠을 파고들어 눈앞에 전혀 다른 세상을 펼쳐놓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떠도는 “우리 안의 여린 박자”는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의 미래”(「소량 현실」)가 된다. 낯선 ‘너’와의 조우는 당장이 아니더라도 먼 훗날 기억을 일으켜 ‘나’의 입술을 열게 하는 새로운 언어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하재연의 시에는 ‘너’라는 분명한 대상이 있지만 심리적 투사나 자아분열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생명 공동체적 시선에서 포착되는 것이며, ‘나’와 함께 우주적인 삶의 활로를 찾는 동행이다. “너를 발견했으므로/나는 이쪽의 문을 연다”(「새」)라는 시구에서 보듯 건물에 갇힌 새를 발견하고 출구를 열어 보이는 ‘나’가 있다. 그러나 “나는 너의 미래와 이어지지 않는 길로 접어든다”(「사구; 또는 사건의 지평선」). 하재연의 시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연대성은 존재들이 공명하되 선형적 시간을 따라 서로의 삶에 일관되게 개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너’와 ‘나’는 한 공간에 있지 않을 때도 있고 같은 종(種)이 아닐 때도 있으며 각자 다른 시간에 놓여 있기도 하다. 주어진 경로를 이탈한 그들이 진심을 다해 나누는 것은 존재가 지닌 근원적인 아픔과 슬픔이다.
시의 화자는 유리문 바깥에 펼쳐진 봄, 유유히 흘러가는 목장의 구름과 바람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 “바깥의 아카시아 나무들로부터/가두어진 너의 팔딱이는 가슴팍을”(「씌어진 새」) 본다. “인간의 복식을 위해 품종이 개량된 양은 제 살집보다 더 무거운 털을 두”(「코다―구름과 바람의 현상학」)른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발생한 슬픔을/발생하지 않은 슬픔으로/환원할 수가 없”(「암흑 사이」)어서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당김음이 되”리라는 결심으로 영혼을 깨운다. 화자의 이러한 태도는 미지에 맞서는 확률 실험과도 같다. 하재연의 시는 ‘모든 개체는 죽지만 생명은 이어진다’는 단정한 진실을 끝내 놓지 않는다. 인간을 벗어난 자리에서 비로소 인간다움을 생각하...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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