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언어/조 희
그 소리는 귓바퀴에서 태어났다.
들판의 그림자처럼
곧게 서기도 하고, 구불거리기도 했다.
울음이 말이 되기까지
너는 오래 참아야 했을 것이다.
대부분 먼지처럼 가볍게 흩날렸지만
기억의 서랍 속, 쓰다 만 만년필처럼
누워 있기도 했다
내가 죽고 우리가 사라져도
자정에 태어난 너는 죽지 않는다.
다만 조금씩 변할 뿐.
종이 위에 허물을 여러 번 벗어놓고,
백과사전의 낱말처럼 읽히기도 한다.
소리를 뒤집으면 귀뚜라미가 되었다.
돌담 밑에서 네가 울면
별빛 같은 시간이 쏟아졌다.
시침은 아홉 시간을 지나가고
세 시간은 되돌아왔다.
그 울음에 등불이 켜지면,
정전이었던 귀 한쪽이 다시 빛났다.
너는 날개를 비비고
정강이의 톱니를 갈며 울었다.
그때 내 몸을 스쳐 지나가던 초경이
웅크린 나를 흔들었다.
소리의 지붕이 높아질수록
붉은 단풍이 찾아왔고,
풀밭에 쏟아지는 것은 노래가 아니었다.
너는 너를 벗고 있었다.
귓바퀴를 더듬어본다.
누군가 앉았다 간 자국이 남아 있다.
나는 그것을
언어의 발자국이라 부른다.
―《아토포스》 2025 겨울호
조희 / 충남 부여 출생.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수료. 2022년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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