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이은주

작성자김아인|작성시간26.06.06|조회수31 목록 댓글 0

도미노/이은주
 

 
산부인과가 무너졌다
내가 태어났던 곳이다
 
무너진 산부인과는 내가 이십 년 전 빠져나온 초등학교를 덮쳤다 초등학교는 중학교가 되어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덮쳤다 계속해서 내가 나를 덮쳤다 도미노처럼 건물이 무너지고 나는 어쩌다 언니가 되었을까
 
돌다리를 두들기면서 건너던 언니
첫 번째 돌은 도고 두 번째 돌은 레야
그러면 세 번째 돌은?
 
미치겠지
두 번째 돌을 밟지 않고 건너는 언니
 
도미노
 
세상이 무너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건
 
세 번째 돌 위에 서서 우두커니 서 있자
건너편에서 껑충껑충 건너와
내 손에 꼬옥 쥐여준 쪽지
 
무리한 부탁인 줄 알지만,
살아가셔야 합니다.
 
(싫어요제가 왜요?)
 
우웅— 울리는 휴대폰
내가 다니는 회사가 무너졌다는
그런 기쁘고 슬픈 메시지
 
(이런 데도요?)
 
우웅
 
엄마가 되었다는 언니
조금 전 무너졌던 산부인과
앞에 있는 나
언니의 딸은 레나
 
레나가 걸어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면
이 산부인과는 또 무너질 거야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 태어난다면
다시 일어났다가
무너지겠지
 
우리 레나
엄마 속 썩이지 말고
쑥쑥 잘 자라야 한다
 
 
                      —《포엠피플》 2026 봄호

 


이은주 / 1995년생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23년 제1회 포엠피플》 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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