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랑말과 까마귀/김영순
변시지 그림엔 한쪽 발의 까마귀
깡마른 조랑말 등에 다정히 내려앉아
갈기를 쏙쏙 헤집다
한 움큼 뽑아 뭅니다
틀어놓은 둥지가 아무래도 허술한지
꼬리털도 몇 가닥씩 몇 번을 뽑아가 놓곤
아닌 척 잔등에 올라
먼 오름 바라봅니다
산통이 막 끝난 사월의 중산간 들녘
태반을 물고 가는 까마귀 울음소리
실금이 가득한 저녁
식구들을 부릅니다
—계간 《가히》 2026 봄호
김영순 / 제주도 남원 출생. 2013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조와 《시조시학》 신인상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시조집 『꽃과 장물아비』『그런 봄이 뭐라고』『밥 먹고 더 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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