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아/허진경

작성자김아인|작성시간26.06.17|조회수35 목록 댓글 2

역아/허진경

 

   

 

 

엄마를 양말처럼 뒤집을 수 없어서

 

의사가 엄마 배를 갈랐다

나를 바깥으로 꺼내 든 의사가

 

물구나무서고 있었다

 

백일째 연습한 뒤집기

세계의 첫인상도 뒤집을 수 있었다면

 

책등을 안쪽으로 꽂아두는 장난이나 치다

사서에게 변명하는 일이 없었겠지만

 

내가 들키지 않은 건 종종

양말을 뒤집어 신는다는 사실

 

양말을 뒤집어 신으면

 

바깥을 향해 걸어도

안으로 파고들 수 있고

 

바깥에서 주워 온 적 없는

모래 알갱이를 숨길 수 있다

 

신발을 뒤집어 털어도 조용한 이유가

양말에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고

 

나는 다리부터 태어난 사람처럼 걷는다

 

발 아래서부터 간질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뒤집어 꽂고 나오는 길이다

 

 

 

           —《포엠피플》 2026 여름호

 

 

 

허진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학과 졸업.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재학. 2025년 웹진 Nim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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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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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보라 | 작성시간 26.06.17 꺼꾸로 나오는 길
    안타깝네요
  • 답댓글 작성자김아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7 요즘은 제왕절개로 낳으면 되지만 예전엔 정말 위험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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