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닝테이블/김미지
아름다운 식탁입니다
유리 꽃병엔 키가 다른 꽃을 꽂아요
어우러지지 못한 절망은
잘랐구요
접시엔 오래 묵은 독이 들어있는데
괜찮아요
거품을 걷어내면 더 선명해진다구요
매끄럽습니다
향기는 지워졌구요
나도
미학적으로
미끄러지겠습니다
어머니는 국에 독을 풀어요
독기가 있어야 한다구요
뭔가를 삼키는 그릇의 연대
어머니는 먼저 국을 드십니다
아무렇지 않게
독을 오래 끓이면
약이 된다고 믿으면서
혀끝이 저립니다
흰 밥알을
이가 부서져라 씹습니다
독은 깨지지 않고
《현대시학》 2026 봄(4,5,6월)호
김미지 / 1982년 경북 상주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졸업. 2024년 제1회《시인하우스》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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