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얼굴/고영민

작성자김아인|작성시간26.06.20|조회수29 목록 댓글 2

숨은 얼굴/고영민




무늬목 장롱 하나
폐기물 스티커를 붙인 채
문밖 버려져 있다


평생을 따라다니며
방 한 켠 차지했을
이처럼 큰 방에 놓이기는 처음이라는 듯
붉은 칸나꽃 옆 우두커니
가을볕을 쬐고 있다


문을 열어본다
단칸방 속의 단칸방
한때 우리가 살았던


사람들은 하나둘 저 속으로 영영 사라지고


텅 비어 있다
포개진 이불도 비닐에 싸인 옷도
삼베 원단과 청약통장
늦도록 찾아 나섰던 아이
조마조마한 마음
까무룩한 잠도, 어둠도 없다


희미한 나프탈렌 냄새뿐


문 안쪽 작은 거울이 붙어 있다
얼굴을 가져가본다
숨은 얼굴 하나가
힐끗
나를 본다



        ―시 전문 계간《유심2026 봄

 

 


고영민/ 1968년 충남 서산 출생. 중앙대학교 문창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악어』공손한 손』『사슴공원에서』『구구』『봄의 정치』『햇볕 두 개 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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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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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보라 | 작성시간 26.06.20 거울속에 비춰진
    얼굴을 관찰 하셨군요
  • 답댓글 작성자김아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1 네~ 편안한 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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