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박민혁

작성자김아인|작성시간26.06.23|조회수31 목록 댓글 2

은총/박민혁
 
 
 


나로서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우리의
오래전 일화 같은 것을 듣다가
 
그랬나 그랬을 수도 있으려나
하지만 충분히 그랬을 법한 이야기를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네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삶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너는
조금 찡그린 채 조용히 웃고 나는

네 침묵에 화음을 맞추듯
조용히 귀 기울인다

어쩌면 이 세계는
신이 그 단어의 뜻을 잘못 알고 쓰는 바람에
플롯이 바뀐 건지도 모르겠다

어울리지 않게 슬픔이 기승이다
돌아 돌아 다시 완연한 봄인데

다 좋은데 슬퍼지지는 말자
 
오래전 한 슬픔을
어쩌면 내가 지어준 슬픔을
떠나온 네가 말하자
 
살금살금 다가오던 것들이 잠시 정지했다가
그대로 물러난다

연분홍 꽃잎들이 한칸 한칸
공중을 디디며 내려오는 것을 본다
 
 
              —계간 가히》 2025 겨울호

 

 


박민혁 / 2017년 현대시》 등단시집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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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보라 | 작성시간 26.06.23 new 기억을 되살려 볼려고
    하는 듯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아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3 new 나이 탓이라 여기지만 정말 기억력이 하루가 다르게 쇠퇴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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