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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조2

작성자이 상민|작성시간26.06.21|조회수0 목록 댓글 0

 

동물성 바다

고운산

 

창 열고 바라보는 봄 바다는 고양이저 혼자 부딪치며 살아온 목숨여서

오늘도 조선 매화를 파도 위에 그린다

 

 

활짝 핀 공작 날개 흉내 낸 여름 바다어느 문중 휘감은 대나무 뿌리처럼

푸르고 깊은 가문을 댓잎으로 상감한다

 

 

말굽도 닳아버려 혼자 우는 가을 바다멀리멀리 떠나가는 비단 같은 노을길을

갈매기 수평선 멀리 지평선을 물고 간다

 

 

폭설을 삼켜버린 캄캄한 겨울 바다천 길 어둠 밀어내고 동살로 여는 아침

부스스 잠 깬 고라니 동백숲에 숨어든다

 

 

 

 

무실점의 봄

 

황외순

 

 

벤치에 그늘 깔고 호호백발 앉는다

입술을 옴짝대며 걸어가는 노란 장미

틀니에 갇힌 말들이 향기를 비집는다

 

공터를 돌보느라 끼니를 또 놓친다

물꼬 같은 보청기에 웃자라는 안부인사

바람은 대패질한 듯 모서리가 둥글다

 

불어나는 연둣빛은 어제의 감촉이다

주름무늬 하루에 파종하듯 새소리

길냥이 밥그릇에 핀 눈빛에도 움이 튼다

 

 

 - 《나래시조》 2024년 여름호

 

 

지진, 튀르키에

 

황외순

 

 

식탁을 뒤흔드는 속보 앞에 멈춰 서면

무너진 건물 아래 비명소리 깔려 있다

찢어져 너덜거리는 허공엔 죄 손톱자국

 

잦아드는 신음이 시퍼런 칼날 같아

막무가내 사과하는 눈물도 동강낸다

현장을 빠져나가려 귀를 막는 가로등

 

아이들의 노래는 어느 곳에 깃드나

뒤엉킨 질문 더미에 동동대는 발꿈치

통증을 놓지 않으려 숨이 몹시 가파르다

 

 

- 《다층》 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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