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을 타고 온 사람
윤제림
1.
그해 오월 광주 사진에는 부처님 오신 날
광고탑과 현수막이 보인다
오셨을까? 안 오셨을까?
의견은 둘로 갈릴 것이다
--오셨다면 그 난리가 났겠어요?
--오셨어요,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2.
사실은 이렇다, 그분은 다녀가셨다
황금 가사는 무등산 깊숙이 숨겨두고
서둘러 변복을 하고
머리띠를 두르고 총을 잡았다
당신이 본 사진 속
그 사람이다
웃통을 벗어부치고 깃발을 흔들었다
피 묻은 청년을 들쳐 업고 내달렸다
가두방송을 하고 구호를 외쳤다
당신이 들었던
그 목소리다
겨우 총성이 멎고, 집으로 혹은
다른 세상으로
모두 흩어지고 난 아침엔
비를 들고 광장을 쓸었다
3.
여러 큰절에서 연꽃 처소를 마련해놓고
서로 모셔 가려 했으나
그는 너릿재 넘어가는 트럭을 타고
굳이 이 골짜기에 와
누웠다
화순 운주사
장씨 이씨 박씨 최씨도 따라와 말없이
앉고
서고
누웠다
그해 부처님 오신 날에는
부처님이 많이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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