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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시

숨은 얼굴 / 고영민

작성자유진|작성시간26.06.10|조회수16 목록 댓글 0

숨은 얼굴

고영민

 

 

무늬목 장롱 하나

폐기물 스티커를 붙인 채

문밖 버려져 있다

 

평생을 따라다니며

방 한 켠 차지했을

이처럼 큰 방에 놓이기는 처음이라는 듯

붉은 칸나꽃 옆 우두커니

가을볕을 쬐고 있다

 

문을 열어본다

단칸방 속의 단칸방

한때 우리가 살았던

 

사람들은 하나둘 저 속으로 영영 사라지고

 

텅 비어 있다

포개진 이불도 비닐에 싸인 옷도

삼베 원단과 청약통장

늦도록 찾아 나섰던 아이

조마조마한 마음

까무룩한 잠도, 어둠도 없다

 

희미한 나프탈렌 냄새뿐

 

문 안쪽 작은 거울이 붙어 있다

얼굴을 가져가본다

숨은 얼굴 하나가

힐끗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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