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오늘 읽은 시

70년대의 나의 기억 / 김학주

작성자유진|작성시간26.06.10|조회수33 목록 댓글 0

70년대의 나의 기억 

김학주

 

 

 

실개천 같은 아홉 켤레 신발들이 양철지붕 밑에서

늘 빗물에 젖어 있다

 

식탁에 생선토막을 놓고 나무젓가락이 오고 간다

살점을 차지하려는 전투다

빈 밥상의 허기가 채워지는 저녁 시간,

어둠의 주먹밥을 먹는다

 

아버지의 노래가 막걸리 잔 속에서 흘러나오는

일상의 어두운 저녁,

그의 설익은 유행가가 늪의 개구리처럼 울던 밤,

뻐꾸기 울음소리를 도시로 퍼 나르던

어머니의 무명 저고리가 어제부터 보이지 않는다

 

나와 누이의 사이에 아버지의 한숨이 끼어 있고

아홉 켤레의 납빛 얼굴은 궁핍에 묻혀 있다

그러므로

날마다 나는 정신의 염전에서 하얀 꿈만 꾸었다

스무 살에 도시의 낙타가 되어 전갈의 무리들과

잠자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내 등 뒤에서 푸른 태양이 떠올랐고

그 태양은 내 몸속에서 자랐다

 

그때부터

아홉 살의 기억, 푸른 귀를 펄럭이며 내 정신의

계좌로 몰려들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