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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시

비좁은 밤 / 김소연

작성자유진|작성시간26.06.18|조회수22 목록 댓글 0

비좁은 밤

김소연

 

 

 

너무 많은 말이 밤으로 밤으로 밀려갑니다

 

해서는 안 되는 말들과 하나 마나 한 말들이 밤으로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어느 지점까지만 헤아리다 만 생각들이 어제처럼 또 그제처럼 밤에게 도착하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도 조금 더 해보았더라면 그럴 시간이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않았을 것이라는, 익숙한 이 후회 역시 낮을 배웅하며 어딘가에 걸터앉아 밤을 기다리고 있군요

 

밤은 사방에서 모여들어 아늑하게 내려앉고 있습니다

 

바깥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며 서성이는 사람과 이불을 덮고 누웠으나 뒤척이고만 있는 사람과 티브이를 켜놓았지만 눈은 그걸 바라보고 있지만 홈쇼핑 광고가 반복되는 것도 모른 채로 앉아만 있는 사람과 그 사람에게 말을 걸려다 그냥 옆에 앉아만 있는 사람과 빨래를 천천히 개며 마룻바닥에 앉아 있던 사람과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원을 세 바퀴 네 바퀴 뛰고 있는 사람과 벤치에 앉아 방전돼버린 휴대폰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는 사람의

너무 많은 속엣말이 한밤중으로 먹구름처럼 한꺼번에 몰려듭니다

 

그들이 했으면 좋았을 말들과 꼭 하겠다고 다짐해온 말들이 어지럽게 밤의 골목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밤은 오늘도 성긴 그물처럼 그 누구의 말들도 건져 올리지 않은 채

 

아무것도 아는 바 없다는 듯 매끈한 뒷모습을 하고 저편으로 나아갑니다

 

사람들이 불을 끄듯 말을 끄고 하나하나 잠들기 시작합니다

 

책상에 앉아 씌어지는 대로 쓰고 지우지 않아보기로 결심한 사람의 어깨 위에

 

너무 많은 말이 모여들고 모여듭니다

 

어깨에서 말들이 조용히 낙하합니다

 

종이 위에 안착하자마자 눈송이처럼 녹아 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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