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자꾸
허의도
애초, 애당초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낡은 레파토리 짜집기해 악써대며 불러봐야
그 또한 흘러간 옛 노래
내질러도 돌아오지 않는 그 노래
바람이 목덜미를 휘감고 돈다
가슴을 파고들던 바람이
발목을 붙들어 바닥을 뒤집는다
나를 수렁으로 빠트리기 위한
거대한 음모의 뿌리둥치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야 바람의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고 쓴
폴 발레리와 오규원, 두 시인의 바람은
도대체 어디서 불어와 쌓였을까?
ㅡ『누가 붙들다』 북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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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9 1957년 출생. 1981년 전국대학생 공모 효원문학상 당선하고 1988년 『세계의문학』 봄호에 「가족」 외 2편으로 등단, 45년 만에 첫 시집을 출간했다.
『누가 붙들다』 현대시세계 시인선 190.
<시인의 말>
시는 자유, 아무 수식어 없이 그냥 자유다. 김수영 이어령의 '불온시' 논쟁 이후 오래도록 이어진 참여 / 순수 격론속 나는 길을 잃었다. 시인 이상 유형의 난수표 같은 해체시를 기웃이굿 끝내 기우뚱 좌절 태업 자진휴업 폐업을 반복하며 시단의 그늘진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 우물쭈물하다 나 이럴 줄 알았다'며 탄식하리라, 여기다 끝내 시집까지 펴낼 줄 이야. 산문조 장시가 쏟아진 것은 시인 아닌 다른 직업병의 산물 구체시 실험정신은 퇴색, 고백서사만 나를 짓눌렀다. 밤마다 실비아 플라스의 영혼이 출몰했다. 그렇다고 실비아처럼 가스오븐에 얼굴을 처박을 수는 없는 일,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이나 잡으러 떠돌아야겠다 - 2026년 4월 허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