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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시

맹지로 가는 길 / 정채원

작성자유진|작성시간26.06.23|조회수9 목록 댓글 0

맹지로 가는 길 

정채원

 

 

열대우림 한가운데

거대한 돌탑과 신전들

그러나 연결된 도로망이 없었다

 

어떻게 거기에 가닿은 걸까

길이 없어

표지판도 없어

단지 어떤 우연으로 마주친 것일까

 

꿈속인 듯 잡풀 우거진 돌계단과

도굴된 무덤들을 따라

무작정 따라 들어간 뒤

 

다시는 돌아 나오지 못하던 그곳

어디서 본 듯한 신상이 나를 알아본 듯 내려다보고

이따금 주황빛 깃털의 새들이 후두둑 날아가고

 

나는 어리둥절 못 박힌 채

돌비석 늘어선 숲을 떠나지 못했다

어떤 인기척도 없이

그늘에 갇힌 비문

오래전 읽다 덮어버린 책장인 듯 눈에 익었지만

한 글자도 해독하지 못하고

 

얼마를 쓰러져 있었을까

누가 나를 둘러업고 거기를 빠져나왔을까

아직도 그 숲의 풀 향기와 새 울음 속에

눈을 감는 나를 이끌고

 

다시는 그곳에 가지 못하리

그 낯익은 신상 아래 서지 못하리

그 비문과 눈 맞추지 못하리 다시는

멸망하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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