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로 가는 길
정채원
열대우림 한가운데
거대한 돌탑과 신전들
그러나 연결된 도로망이 없었다
어떻게 거기에 가닿은 걸까
길이 없어
표지판도 없어
단지 어떤 우연으로 마주친 것일까
꿈속인 듯 잡풀 우거진 돌계단과
도굴된 무덤들을 따라
무작정 따라 들어간 뒤
다시는 돌아 나오지 못하던 그곳
어디서 본 듯한 신상이 나를 알아본 듯 내려다보고
이따금 주황빛 깃털의 새들이 후두둑 날아가고
나는 어리둥절 못 박힌 채
돌비석 늘어선 숲을 떠나지 못했다
어떤 인기척도 없이
그늘에 갇힌 비문
오래전 읽다 덮어버린 책장인 듯 눈에 익었지만
한 글자도 해독하지 못하고
얼마를 쓰러져 있었을까
누가 나를 둘러업고 거기를 빠져나왔을까
아직도 그 숲의 풀 향기와 새 울음 속에
눈을 감는 나를 이끌고
다시는 그곳에 가지 못하리
그 낯익은 신상 아래 서지 못하리
그 비문과 눈 맞추지 못하리 다시는
멸망하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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