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이경림
그날 너는 너의 집으로 가고
나는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달리 무슨 도리가 없었던 거다
너의 그는 50년 전에 딴 여자와 눈맞아 떠났고
나의 그는 50년 전에 불쑥 남편이 되어버렸으니
너는 그 대신 강남에 3층 빌딩을 샀다 하고
나는 그 대신 다 늙어빠진 시나 데리고 산다는데
그러나 우리는 모두 첫눈 오는 날 정오에
덕수궁 정문에서 만나기로 한 스무 살
첫눈이 수백 번 내려도
스무 살은 자꾸 길을 잃고
첫눈은 여전히 덕수궁 앞으로
우글우글 스무 살을 불러내는데
50년 후 어느 날,
한 늙은이가 공연히 남대문에 불을 질렀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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