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매일신문 2026년 6월 5일 금요일자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단체사진
이성목
나는 왜 늘 뒷줄에만 서 있었을까
누렇게 얼룩지고 빛바랜 흑백사진
눈부시게 터뜨려 주던 플래시 불빛과
좀체 터지지 않던 억지웃음들이
그땐 어쩌면 이렇게도 어정쩡한 자세였는지
앞선 자들에게 얼굴 가려지고
청춘이 반쪽으로 남은 사내
얼마나 더 뒤꿈치를 들고 견뎌야만 할까
세상의 뒷줄들은
♦ ㅡㅡㅡㅡㅡ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다. 인정욕구가 계속 가려지고 무시당한다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주목받는 것과 행복한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시인은 ‘왜 나는 늘 뒷줄에만 서 있었을까’ ‘얼마나 더 뒤꿈치를 들고 견뎌야만 할까’ 라고 말하지만,
행복이란 자신의 가치와 관계,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역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행복한 인생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들의 박수 소리에서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긍정할 수 있는 마음에서 행복은 더 자주 발견된다는 것이다.
주목 받는 삶은 인정과 성공을 얻는 대신 끊임없는 비교와 평가에 노출된다. 반면 눈에 띄지 않는 삶은
조용한 자유와 안정감이라는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사회의 주인공으로 조명 받지 못했지만 묵묵히 자신
의 자리를 지켜가는 사람들, 가족과 친구들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
며 만족을 느끼는 사람, 남들과 경쟁하기보다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 남을 돕는 일에서 보람을 느
끼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사회를 한 장의 단체사진으로 본다면, 앞줄과 뒷줄 모두 결국 같은 사진 속에 있다. 시간이 지나면 누가
어느 줄에 섰는지 보다,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를 더 소중하게 기억하지 않을까.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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