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지대를 가다
이혜민
눈부신 설원이다
발자국 하나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하나 두리번거려도
처음과 끝을 알 수가 없다
수만 갈래 있었던 길도 하얗게 덮여
박힌 발자국조차 스스로 뺄 수가 없다
어디서 해가 떠 어디로 지는지 모를
한 가운데 서서
온 몸이 꽁꽁 굳어온다
발자국에 고인 햇살을 따라 없던 길을 만들어
제자리를 맴돌다 주저앉아 한 점
마침표로 찍히게 될지도 모를
마침표 속에 갇혀
촉 무뎌진 지팡이 하나 달랑 들고
갈 수가 없는, 천 년의 길에서
돌고 도는 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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