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의 불빛
하순희
압정 같은 시간의 켜 연꽃으로 피워내며
막새기와 징검다리 품어 안고 건넜다
돌아서 되새겨 보면 탱자꽃빛 은은한데
누군가는 가야 할 피할 수 없는 길 위에
지고 피는 패랭이처럼 하늘을 이고 서서
추녀 끝 울리던 풍경 그 소리에 기대었다
아흔일곱 질긴 명줄 놓으시던 시할머니
담 넘는 칼바람에도 꼿꼿하던 관절 새로
한 생에 붉디붉은 손금 배롱꽃잎 흩날리고
어느새 종가가 되어 있는 나를 보며
대를 이어 밝혀주는 화롯불씨 환히 지펴
마음을 따뜻이 데우는 등불을 내다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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